베트남 정부로부터 태국 주재 베트남 대사관 폭탄 테러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베트남 출신 정치범에 대해 한국 법원이 범죄인 인도 거부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구욱서)는 27일 베트남인 응우옌흐우짜인(57) 씨에 대한 범죄인인도심사 청구 사건에서 짜인 씨의 본국 인도를 허가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정치범에 대한 법원의 인도 심사 결정은 사법사상 처음이다.
재판부는 짜인 씨의 범죄 사실이 폭발물 투척 기도 등 13개 항에 이르지만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체결한 범죄인인도조약과 국내 범죄인인도법 등 관련 조항을 살펴본 결과 정치범 인도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베트남은 범죄인 인도가 가능한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에 가입하지 않았고 미국 911테러 직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구체적인 범죄인 인도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짜인 씨가 정치범 불인도 원칙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서울고법의 결정은 대법원에 상소할 수 없는 것이어서 짜인 씨는 이날 오후 5시경 수감돼 있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외국 정부의 요청으로 검찰이 청구한 범죄인 인도심사에서 법원이 이를 거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번 법원의 판단은 한-베트남 간의 경제적 외교적 관계라는 현실보다는 국제법의 기본 원칙인 정치범 불인도 원칙에 무게를 뒀다. 이번 결정으로 한-베트남 간의 외교관계에 마찰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5월 베트남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에 짜인 씨의 인도를 요청하는 친서를 보내는 등 베트남 정부에서는 짜인 씨의 신병을 넘겨받는 것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날 한국과 베트남 관계는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이번 송환 불허 결정만 가지고 양국 간의 관계에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