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업체 A사의 김모 이사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지난달부터 부산 정관신도시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계약률이 10%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아파트 분양만 10년째 하고 있는데 최근 불황은 견뎌 내기 어려울 정도라며 투자비용이나 회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건설업체 B사의 이모 부장은 자신이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경기 성남시 지하철 공사가 걱정이다. 정부가 발주한 이 공사에 투입될 예산은 200억 원이지만 아직까지 40억 원이 배정되는 데 그쳐 일단 회사 돈으로 외상 공사를 하고 현장 인원을 30%가량 줄이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건설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건설업은 연쇄적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건설 경기 침체는 단순히 한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의 6월 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7% 줄어든 9조2630억 원으로 3월부터 넉 달 연속 작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6월 건설기성액(건설업체가 공사를 하고 받은 돈)은 7조234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0.8% 증가하는 데 그쳐 작년 2월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서는 몇몇 지방 건설업체가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부도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나돌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는 경제성장과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46월) 실질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8%에 그쳐 다섯 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이 가운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각각 0.9%, 2.8% 증가해 당초 예상치보다 높았지만 건설투자가 3.9% 줄어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국내 건설경기 부진 장기화된다라는 보고서에서 건설경기 하락으로 올해 5월에만 1만5000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추산했다.
정부는 민간 건설과 관련된 부동산정책은 수정하지 않고 공공 건설 부문 투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 박병원 제1차관은 올해 하반기에 11조1000억 원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쓰면 일시적 투자 부진으로 위축된 건설경기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경부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정권이 끝날 때까지 부동산정책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민간전문가들은 공공 부문 투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추락하는 건설경기를 되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강대 김경환(경제학) 교수는 지역별, 분야별 특성을 고려해 후유증이 적은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지나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 부문의 예산집행도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