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올 4월 게임 관련 제조, 유통, 사업자 단체인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에 한꺼번에 가입하면서 20억 원가량의 기금을 모아 협회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돼 이 돈이 정관계 로비용 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조직위원장을 맡은 부산국제디지털 문화축제에 1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나머지 돈을 어디에 썼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협회 회원사인 한 업체 사장은 25일 본보 기자와 만나 협회에서 30억 원을 목표로 기금을 모아 줄 것을 요구해 20억 원 정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에 가입해 있는 또 다른 게임업체 사장도 상품권 발행업자들이 협회에 30억 원을 모아 로비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말이 업계에서는 파다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 고위 관계자는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상품권 5000원권 한 장에 1원씩 적립해 20억 원을 모았다며 기금 모금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로비를 위한 돈이라기보다 회비로 걷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는 70여 개 게임 관련 제조, 유통, 사업자들의 단체로 올 1월 설립됐으며 해피머니아이엔씨, 한국교육문화진흥, 씨큐텍 등 19개 게임제공업소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가 동시에 신규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 협회는 10월 발효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진흥법) 시행령에 따른 게임기의 기술 심의 부문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문화관광부 산하의 유일한 게임기 제작 관련 사단법인으로 새 게임진흥법의 혜택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의 고위 임원은 모두 문화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협회 정영수 회장은 2002년 4월부터 2004년 2월까지 문화부 산하기관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을 지냈다.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의 등기이사로 올라 있는 김용환 씨는 상품권 발행업체 안다미로의 사장으로, 2003년 2월 게임산업개발원의 이사로 활동해 정 회장과도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이 협회에 대거 가입한 것은 협회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 게임업계에선 모두 끗발이 센 사람들이어서 결국 이들의 덕을 보려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12월 19개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거액을 갹출해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전직 고위 간부를 통해 로비를 시도했다는 첩보를 대검찰청에서 넘겨받아 수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동부지검이 이 첩보를 근거로 해 법원에서 일부 상품권 발행업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며 그러나 로비 의혹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