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끝모를 파업

포항전문건설노조(건설노조)의 파업이 1일로 3개월째에 들어섰다.

노사 간 타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업 발주자인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안의 차세대 철강생산설비인 파이넥스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새 업체와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사 측인 포스코와 업체 대표들은 지난달 31일 임시총회를 열어 건설노조 측에 마지막 입장을 요구했고 노측인 건설노조원 등 1000여 명은 1일 포항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사태 해결을 위한 포항시의 중재를 요구했다.

포스코 공사, 처음으로 외부업체에 맡겨=포스코는 파이넥스 설비(현재 공정 80%)의 공사 재개를 위해 서희건설(대표 이원섭경기 성남시)과 지난달 31일 공사계약을 했다. 서희건설은 비노조원과 타 지역 근로자를 중심으로 4일부터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포스코건설이 독점적으로 포스코의 공사를 수주해 포스코건설과 하청관계를 맺은 100여 개 업체에 일을 맡겼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건설과 하청관계를 맺은 100여 개 업체에 소속된 건설노조가 탄생했다. 따라서 포스코 공사에 외부 업체가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포항건설노조의 설 자리는 없어진다.

하청 건설업체들 타격 시작=포스코건설의 공사 포기는 이 회사의 하도급을 받아 공사에 참여하던 건설업체, 특히 전기 및 기계분야 70여 개 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파업이 계속된 지난 2개월 동안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매월 수천만수억 원의 고정비용을 지출해 자금난이 심각하다. 포스코건설이 공사를 포기함에 따라 당초 공사계약을 맺었던 건설업체 10여 곳의 공사계약도 동시에 해지됐다.

업체 대표들은 지난달 31일 임시총회를 열어 건설노조 측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한편 집단적인 폐업을 검토했다. 건설업체의 폐업이 이어질 경우 업체 직원 1000여 명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또 업체에 소속돼 포스코에서 일해 왔던 건설노조원 3500여 명도 일자리를 잃게 돼 추석을 앞두고 실직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노 갈등도 표면화=노조 지도부는 회사가 폐업하더라도 다른 업체와 계약해 일을 할 수 있다며 노조원의 이탈을 막고 있지만 강경한 입장의 지도부와 현장 복귀를 요구하는 일반 노조원 간의 대립도 차츰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포항 시내에서 열린 민노총과 건설노조의 집회에서 상당수 노조원이 지난달 노사 잠정합의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집행부에 요구했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교섭위원이 합의안을 설명하려 하자 지도부가 이를 저지하며 마이크를 끄는 등 노조원끼리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민노총과 건설노조원 1000여 명은 1일 포항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노사가 서로 등을 돌린 상태에서 포항시가 특별히 중재할 부분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권효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