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단거리의 대부로 불리는 미야카와 지아키(59도카이대 교수) 한국 단거리대표팀 감독은 그를 개척자라 불렀다.
27년간 깨지지 않는 남자 100m 한국 기록(10초 34)을 깰 유망주 전덕형(24충남대). 하루빨리 난공불락의 벽을 허물어야 하는데 바로 그가 희망이란다.
한국은 남자 100m에서 27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서말구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1979년 멕시코 유니버시아드에서 세운 10초 34가 여전히 최고 기록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 100m 한국 기록 경신에 1억 원을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 기록(10초F) 보유자 이토 고지를 키운 미야카와 감독은 벽은 한번 무너지면 넘기 쉬운 법이다. 전덕형이 한국 단거리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개척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덕형의 공인 최고 기록은 지난해 세운 10초 51. 지난달 일본 도야마육상대회에선 10초 39를 뛰었다. 비록 뒤바람이 너무 세 공인을 받지는 못했지만 한국 기록 경신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전덕형이 한국 기록 경신의 무대로 삼고 있는 대회는 12월 열리는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메달 획득은 힘들어도 아시아의 강호들과 어깨를 겨뤄야만 기록을 당길 수 있기 때문. 2003년 말 육상연맹 초청으로 상비군을 지도하기 위해 온 미야카와 교수를 처음 만난 뒤 이런 이치를 뒤늦게 깨달았다.
전덕형은 요즘 단점인 스타트 반응 시간(총성이 울린 뒤 스타팅 블록을 차고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 단축에 집중하고 있다. 100m와 200m 질주를 위한 본훈련 외에도 바벨을 어깨에 멘 채 쭈그리고 앉아 있다 신호에 따라 재빨리 일어서는 훈련, 눈을 감고 서 있다가 언제 들릴지 모르는 출발 신호에 뛰어나가는 훈련. 자나 깨나 스타트 생각뿐이다.
미야카와 교수는 28일 열리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와 다음 달 전국체전, 그리고 도하 아시아경기까지 전덕형을 100m에만 출전시켜 한국 기록을 경신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왜 알아주지도 않는 육상을 하느냐고 물어요. 그래서 말하죠. 0.01초를 줄이는 것에도 희열을 느껴요.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쾌감을 아세요? 스타팅 라인에 서는 게 최고의 기쁨이에요.
육상 단거리를 천직으로 알고 기록 단축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전덕형이 있기에 한국 육상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