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KAIST에는 총장이 23명?

Posted September. 14, 2006 06:57,   

ENGLISH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학과장에게 인사와 예산집행의 전권을 위임하는 학과중심제를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한다.

13일 KAIST가 마련한 교원인사운영방안에 따르면 그동안 총장과 학장 등 전권을 행사했던 교수 임면권을 학과장에게 넘기기로 했다.

이 밖에 소속 학과 교원의 일반승급과 장기근속 호봉 부여, 국내외 파견 권한도 학과장에게 맡겼다.

이번 조치로 학과장은 사실상 독립법인의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위치가 됐다. 각 학과장은 11월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학교 측은 이를 토대로 예산을 배정한 뒤 재정운영에 대한 전권을 준다.

서남표 총장은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학과장을 10년 동안 지내면서 독자적인 운영방식으로 단순한 기계공학과를 바이오와 정보기술(IT)이 결합된 융합 기계공학과로 탈바꿈시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었다.

서 총장은 대학이 발전하려면 지위보다는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가 추구하는 국민총소득(GNI) 4만 달러 시대는 두뇌에 대한 투자에 달려 있고, 그러려면 세계적인 대학이 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KAIST는 학과장의 임기도 기존 2년에서 총장보다 1년 많은 5년으로 부여하고 선발과정도 강화했다.

학과 교수들로 이뤄진 학과장선임위원회에서 2명을 추천받아 개별 인터뷰를 한 뒤 총장이 최종 낙점하는 방식이다. 서 총장은 이에 앞서 투표를 할 경우 책임감이 떨어진다며 선임위원회에 토론을 거쳐 적임자를 선임하도록 했다.

이 과정을 거쳐 기존 학과장 22명 가운데 절반인 11명이 바뀌었다. 이광형 교무처장은 일부 학과장은 자신이 없다며 그만뒀고, 일부는 학과장을 맡은 뒤 책임감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과장은 대학 정책을 전달하는 사무직에 불과했다. 학과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순번제로 맡거나 가장 나이가 어린 교수가 학과장을 맡는 것이 관행이었다.



지명훈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