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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밥 한그릇 행복 나눠요

Posted September. 20, 200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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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손가정의 청소년에게 한가위는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뼛속 깊이 확인시켜 주는 날일 뿐이다.

중학교 2학년인 김진우(가명14)와 같은 학교 1학년인 진규(가명13) 형제에게 올 추석은 유난히 쓸쓸하다.

진우, 진규 형제는 함께 추석을 보낼 부모님이 안 계시다.

경북 의성군에서 단란하게 살던 네 식구는 아버지가 7년 전 간암으로 돌아가신 뒤 경기 성남시로 이사해 어머니가 공공근로를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었다.

지하 단칸방에서 살면서도 형제들은 초등학교 씨름선수로 활동하며 좋은 성적도 내고 씨름선수로의 꿈도 키워갔다.

당뇨와 고혈압으로 몸이 불편했던 어머니가 작년 말부터 병세가 악화돼 일도 못 하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점점 형제의 얼굴에도 그늘이 생겼다.

올 2월 매서운 찬바람이 지하 단칸방 작은 창문을 두들기던 밤, 진우는 바로 옆에서 잠든 어머니가 심하게 신음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하자 불안한 마음에 119에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는 응급차가 오기도 전에 세상을 등졌고 형제의 삶은 그 뒤 완전히 바뀌게 됐다.

형제는 어머니의 병원비와 생활비 등으로 쌓인 빚 때문에 지하 단칸방의 상속마저도 포기해야 했고 오갈 데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친척들도 몇 명 있지만 생활형편이 어려워 선뜻 형제를 맡겠다고 나서지 못해 보육원이나 거리로 내몰릴 처지였다.

불행은 몰려다니는 법. 진규는 5월에 당뇨 진단을 받았다.

형제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인근 교회에서 몇 달을 돌보다가 8월부터는 청소년보호시설인 안나의 집으로 옮겨 보살핌을 받고 있다.

형제는 올해 2월 몇 년간 계속해 왔던 씨름도 그만뒀다.

먹는 것이 변변치 않아 씨름을 하기엔 너무 힘들다.

형제는 올해 유난히 긴 추석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산소가 있는 의성군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진우는 작년까지는 추석에 어머니라도 계셨는데 올해는 아무도 없어 동생과 함께 부모님 산소로 가서 얼굴이라도 보이고 싶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제구호단체인 기아대책은 진우, 진규 형제와 같은 저소득결손가정에 추석에 따뜻한 밥상이라도 나누기 위해 캠페인을 펼친다.

기아대책은 20일부터 10월 7일까지 한가위 따뜻한 밥상 나누기 캠페인과 함께 저소득결손아동과 일대일로 정기결연을 맺을 후원자를 찾는다.

또 10월 4일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거리 모금과 함께 자선바자회도 열 계획이다.

박지만 기아대책 홍보부장은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모여서 추석을 지낼 수 없는 결손가정이 5000여 가정이나 된다며 외롭고 소외된 이들에게 따뜻한 추석을 선물할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02-544-9544, www.kfhi.or.kr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