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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향남이 본 이승엽 진화하는 배팅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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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September. 21, 200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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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 여론과 임명동의안 처리과정에서 빚어진 국회 파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효숙 카드를 끌고 가겠다는 선택을 어제 했다. 전 씨에 대한 헌재재판관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키로 한 것이다.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의 신뢰 확보라는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채 절차만 보완하는데 그친 것이다. 이는 전 씨의 자진사퇴만이 해법이자 순리라고 믿는 국민의 뜻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전 씨는 이미 한 차례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경륜과 자질의 부족을 드러냈다. 특히 헌재 소장 내정과정에서 권력 추수적() 태도와 헌법의식의 결여를 보여줌으로써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증폭시켰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그에게 집착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헌재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소장과 재판관이 국민의 존경과 동의를 받는 권위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헌재소장의 경우 비록 평의()에서는 재판관과 똑같이 9분의 1의 권한만 갖지만 그 상징성은 헌법적 가치의 표상으로서 손색이 없어야 한다. 전 씨가 이렇게 상처투성이가 된 상태에서 헌재 수장이 될 경우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결정에서 헌재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대통령 탄핵이나 수도이전법 같은 결정이 다시 벌어진다고 할 때 전효숙 헌재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국가적 혼란은 상상만 해도 두렵다.

노 대통령은 헌법기관의 수장을 임명하면서도 국가 장래를 위해 널리 인재를 구하지 않고 사법시험 동기생이나 코드만 따지는 편협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인사권을 올바르게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라도 모든 정파의 동의를 받아 국민의 박수 속에 취임할 헌재소장을 고르는 것이 정국 파행을 막고 임기말 국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