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의 첫 주말인 5월 5일 서울 한강에서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1968년 한강 개발이 시작된 지 30여 년 만에 한강 바닥이 드러나는 것이다.
강바닥을 드러내 보이는 한강 위로 남사당패 3040명이 외줄을 타고 강폭이 최대 900m에 이르는 한강을 건널 계획이다. 외줄타기 세계최장기록에 도전하는 이벤트다.
이는 서울시가 내년 5월 첫 번째 주말에 열기로 한 한강 미러클 축제(가칭)의 핵심 내용. 시는 한강 바닥을 드러내기 위해 한강의 2개 수중보 중 잠실대교 아래 잠실 수중보를 막아 물 유입을 차단하고, 김포대교 아래 신곡 수중보로는 물을 뺄 계획이다. 썰물 시간에 물이 빠져나가도록 하면 한나절 만에 한강 물의 80% 이상이 빠져 한강의 옛 물줄기와 백사장의 흔적이 드러날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다. 현재 추정으로는 마포나 이촌 지구 등 하류지역의 바닥이 제일 먼저 드러날 전망이다.
한강 개발이 시작된 1968년 이전에는 뚝섬과 동부이촌동, 여의도, 광나루 등에 모래벌판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여름이면 한강에서 수영하고 모래사장에서 찜질을 하는 인파가 넘쳤다.
그러나 한강 모래를 사용해 압구정동과 여의도, 잠실 등을 개발하면서 백사장은 사라졌다. 이어 198286년 한강종합개발사업이 진행된 뒤 수심이 깊어져 한강 바닥은 아예 볼 수 없게 됐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한강 미러클 축제의 취지에 대해 서울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에게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모래찜질 등을 했던 한강의 모래사장 등 옛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축제가 5월로 잡힌 것은 연중 한강 강우량이 적은 때라 통제가 상대적으로 쉬운데다 4월 말에 열리는 하이서울페스티벌과 연결하기 위한 것.
시는 물이 빠진 지역에서 폐타이어를 수거하는 등 준설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일부 얕은 곳은 바닥이 드러나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도 있을 정도가 될 전망이지만 물이 많이 빠질 경우 생태계가 파괴될 것을 고려해 수위를 조절할 예정이다.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한강 김포대교천호대교 약 36km 구간 강물의 평균 깊이는 약 2.5m, 강폭은 650900m로 정비됐다. 하지만 각종 퇴적물이 한강 곳곳에 쌓여 수심의 차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시는 추정했다.
현재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한강에 과거의 모래사장이 남아 있는지, 지점마다 깊이는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라 한강 미러클 축제에서 한강 어느 지점의 바닥이 드러날지 올해 안에 알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또 한강 미러클 축제를 기념해 폭이 최대 900m인 한강에 대형 외줄을 설치해 외줄 건너기 세계 최장 기록 깨기에 도전한다. 이를 위해 포스코에 외줄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현재 기네스북에 오른 외줄타기 최고기록은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를 건넌 200m라며 한강 외줄타기 행사는 한강을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