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량형 변경은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50m 거실에는 6000W 에어컨이 필요하다는 말을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까?
내년 7월부터 평(), 근(), 인치(inch), 피트(feet) 등 비법정단위 도량형을 사용하면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산업자원부 방침이 발표된 뒤 산업계가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강행하면 현실적으로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 혼란 불가피
기업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소비자가 새로운 단위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현재는 에어컨의 냉방능력에 대한 소비자 이해를 돕기 위해 W 대신 평형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며 m용이나 W라는 말을 이해할 고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과 자()를 주로 사용하는 인테리어와 가구업계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한 대형 인테리어업체 대표는 바닥재나 벽지의 견적서에 평 단위가 들어가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이해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견적서, 계약서에 평 단위 표기를 하지 않기 위해 환산표를 만들어 첨부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비용부담도 늘어나
도량형 변화가 가져올 비용부담도 걱정거리다.
일단 소비자에게 새로운 단위를 알리려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 게다가 제품 포장과 홍보물, 사용설명서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수출과 내수형 제품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것도 문제다.
타이어업계는 인치로 표기하는 수출형과 mm 단위의 국내형 모델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별도의 제품 조형틀을 만들어야 해 불필요한 설비투자비가 들어간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수출용과 내수용을 따로 만들면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가 복잡해진다며 국내용 재고품을 외국에 팔 수 없어 재고관리 비용만 늘어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존 원칙 고수
산자부는 탁상 행정이라는 산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표준 계량단위를 철저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위반사항에 대해선 철저하게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김판수 산자부 표준품질팀 사무관은 같은 근 단위라도 채소와 육류 등 품목에 따라 기준이 달라 혼란이 많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부정확한 계량 단위 때문에 소비자도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단속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