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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사, 성분이 바뀌고 있다

Posted November. 25, 200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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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법조팀과 디지털뉴스팀이 중앙대 이민규(신문방송학과) 교수팀과 함께 19922006년에 재직한 검사(연인원 1만1968명)의 신상정보를 컴퓨터 활용보도(CARComputer Assisted Reporting) 기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의 비중은 1992년 2명에 1명꼴이었으나 지금은 3명에 1명꼴로 줄었다.

1992년 서울대 법대 출신은 전체 검사 중 53.6%(465명)였으나 1997년 48.2%(527명), 2002년 39.9%(543명), 2006년 34.4%(540명)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과거 검찰 내에서 4대 명문고로 꼽혔던 경기고 경북고 전주고 광주일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대를 나온 순혈 엘리트 검사 역시 1992년에 154명(17.8%)이었으나 지금은 68명(4.3%)으로 급감했다.

검찰 내에선 우스개로 예전에는 머리 좋고 성격 나쁜 B형 남자 일색이었다면 이제는 검사들의 성분이 확 바뀌어 혈통이 다양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사라면 으레 명문고에 서울대 법대를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낡은 고정관념일 뿐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첼로를 잡은 이후 15년 동안 첼로밖에 모르고 살아온 20대 중반의 한 여성 첼리스트는 어느 날 문득 형법 책을 집어 들었다.

음대를 졸업한 뒤 학생들을 상대로 레슨을 하고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했지만 늘 불투명한 진로 때문에 고민하던 중 아버지에게서 법학 공부를 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부친은 검사 출신인 장진성(63) 변호사. 평생 들여다본 적이 없는 법학 책이었지만 찬찬히 읽다 보니 재미가 있었다는 게 장윤영(32여사법시험 44회) 제주지검 검사의 얘기다.

서울예술고, 서울대 음대 기악과를 나온 장 검사는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를 한 지 3년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2005년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주저 없이 검사의 길을 택했다. 능동적으로 뭔가를 만들어 가는 검사라는 직업이 보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5년 동안 판사 생활을 한 뒤 지난해 검사로 변신한 이명신(37사시 39회)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컴퓨터 수사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외국어대에서 인도어를 전공한 안영림(28여사시 45회) 대전지검 검사,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권중영(42사시 34회) 서울중앙지검 검사 등도 특이전공자다.

권 검사는 아무 것도 없는 맨땅에서 한 조각 한 조각 단서를 맞춰 가며 진실을 찾아 나간다는 점에서 고고학과 검사 업무는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공계 출신의 수재도 적지 않다. 김주화(28여사시 44회) 창원지검 검사와 홍보가(36여사시 41회) 수원지검 안산지청 검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검사다.

자연계열 전공 검사는 1992년 단 1명뿐이었지만 지금은 15명으로 늘었다. 공대 출신도 7명에서 18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급에서는 법학 전공자가 압도적이다. 현재 검사장급 이상 46명 가운데 비()법학 전공자는 박영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54사시 20회서울대 철학과) 1명뿐이다.

비법학 전공자의 비율은 1992년 5.9%에 불과했으나 2002년에는 11.5%, 2006년에는 17.6%를 기록했다. 이제 검사 10명에 2명은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방인인 셈.

법학 전공자가 줄어든 자리는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들이 채우는 추세다. 사회계열 전공자는 1992년 전체 검사의 2.3%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9.8%로, 인문계열은 같은 기간 2.0%에서 4.2%로 껑충 뛰었다.

명문고-서울대 법대 출신의 주류 해체 현상에 대해 검찰 내에선 조직의 질적 수준이 떨어졌다는 시각도 있지만 과거 학연 지연의 폐해가 사라지는 등 긍정적 효과가 더 많다고 한다.

한편 본보가 국내 최초로 시도한 14년간 검찰 구성원의 변화 추이 분석은 올해 8월 기본 데이터 입력 작업부터 시작해 3개월이 걸렸다. 19922006년에 단행된 검찰 인사 내용을 토대로 해 개별 검사의 출신 지역, 출신 고교, 출신 대학 및 전공 분야 등의 데이터를 이 교수팀이 입력한 뒤 본보 디지털뉴스팀이 CAR 기법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