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게 바로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스테이크입니다.
3일(현지 시간) 미국 북서부 몬태나 주 빅스카이 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5차 협상을 하루 앞두고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이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식당으로 초청했다. 그는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으며 미국산 쇠고기는 뼈가 있든 없든 안전하다고 강조하면서 한국말로 맛있습니다를 5차례나 되풀이했다.
그 같은 이벤트는 잠시 후 연설에서 한미 FTA가 원만하게 타결되려면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장벽을 제거해야할 것이라는 경고로 이어졌다.
미국산 쇠고기 반품 파동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미국은 교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한국 정부는 합의를 그대로 이행했을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거세지는 미국의 반발=마이크 요한스 미 농무장관은 쇠고기 문제는 한미 간 FTA의 의제가 아니지만 틀림없이 의원들이 나에게, 그리고 슈워브 대표에게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트 로버츠 상원의원은 이 대사에게 보낸 항의 서한에서 한국이 미국과 맺은 어떤 다른 무역이나 외교정책에도 나는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미국의 한 민간 전문가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쇠고기를 기계톱으로 절단해 가공하는 작업 과정에서 뼛조각이 하나도 묻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뼛가루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누가 지나친가?=미국의 통상관련 소식통은 뼈 없는 살코기라는 표현에 합의했을 때 미국은 갈빗대 같은 큰 뼈를 가리킨 개념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게다가 샘플 검사가 통례인 교역에서 유례없이 X선 전수검사에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양측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도 국내 정서상 철저한 검사가 불가피하다며 만약 대강 샘플 검사만 해서 유통시켰는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몰래 뼈를 넣은 뒤 미국은 약속을 어겼고 한국 정부는 국민 안전을 팽개쳤다고 주장하면 그 사태를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살코기만 수입하며 반품 파동을 겪었지만 발견된 뼈가 미국 측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만한 크기였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캐나다는 미국산 생우 자체를 수입하며 일본은 뼈째 수입한다.
하루빨리 세부 위생기준을=양국은 올해 1월 13일 뼈 없는 살코기라는 기준에 합의해 놓고 지금까지 세부적인 규정을 만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법만 만들고 시행 규칙을 준비하지 않은 것.
워싱턴의 한 통상전문가는 3억 명의 미국인과 200만 한국 교민, 연간 70만 명의 한국인 방문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아무 문제없이 소비하고 있지 않느냐며 하루빨리 합리적인 세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이번엔 검사대상이 9t이었지만 과거처럼 연간 20만 t을 수입한다고 가정할 때 이를 다 검사하려면 전체 공무원이 다 달라붙어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측이 쇠고기 문제를 한미 FTA와 연관시키는 것은 양국이 FTA 협상을 시작한 정신에도 맞지 않으며 오히려 양국 내 FTA 반대론자들만 부추길 우려가 있는 위험한 태도라는 지적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