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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큰 금융 파생상품 외국은행만 배불리네

쑥쑥 큰 금융 파생상품 외국은행만 배불리네

Posted December. 21, 200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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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한국증권)은 최근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ELS)이라는 신상품을 내놨다.

이 상품은 누적 수익이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원금을 까먹지 않는 원금 보장형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상품은 국산품이 아니다. 외국계 은행에서 상품 설계를 하고 한국증권은 판매만 했을 뿐이다.

한국증권 관계자는 시장 동향을 잘 아는 국내 회사들은 가격 협의를 할 뿐 상품 대부분은 외국계 은행에서 설계를 맡는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가연계예금(ELD), 주가연계펀드(ELF) 등 웬만한 파생금융상품의 설계는 아직도 대부분 외국 금융회사의 몫이다.

간혹 국내 회사가 만든 상품이 있긴 하지만 외국계 은행에서 만든 상품을 약간씩 변형한 것에 불과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외국계 은행, 국내 파생상품 시장 진출 가속화

파생상품은 외환이나 채권, 주식 등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나 수익률 등이 결정되는 금융 상품이다.

주가 흐름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달라지는 ELS는 일반 투자자에게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파생상품.

미래의 경제 변수에 따라 상품의 성격이 요술같이 변하기 때문에 보통 큰 거래에 대한 위험방지(헤지) 수단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요즘같이 원화 환율이 떨어지면(원화 가치 상승) 큰 손실을 보는 수출업체의 경우 오히려 환율이 떨어지면 이익을 보는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식이다.

이처럼 파생상품은 예금대출상품과 달리 복잡한 수학, 통계학 논리에다 경제학적 요인을 골고루 반영한다.

그래서 외국계 회사에 비해 역사가 짧은 국내 금융회사는 설계는커녕 상품구조를 이해하기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금융회사의 영업이익 중 파생상품 관련 이익 비중은 3.6%에 그친다. 하지만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은행은 이 비중이 86.7%나 됐다.

요즘엔 외국계의 국내 파생상품 시장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현재 맥쿼리증권이 금감원에 장외 파생상품 인가 신청서를 낸 데 이어 3, 4개 외국계 금융회사들도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걸음마 단계 전문 인력 확보 서둘러야

물론 한국의 금융회사들도 나름대로 이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파생상품팀 서혁준 연구위원은 우리증권이 판매하고 있는 파생상품의 약 40%는 직접 우리 손으로 설계한 것이라며 파생상품 설계 인력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ELS 매출은 연간 4조 원에 이른다.

국민은행도 최근 프랑스계 은행과 파생상품 업무 협약을 체결했고, 다른 금융회사들도 상품의 자체 설계 비율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수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파생상품 설계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보수 제공 등 여러 가지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 금융회사 여건상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만호 한국산업은행 트레이딩센터장은 향후 거래가 될 금융 상품의 대부분은 파생상품과 연계돼 만들어 질 것이라며 인력 확보와 시스템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