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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K리그 MVP에 김 두 현

Posted December. 21, 200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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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운대가 맞아야 빛이 난다. 스포츠에선 더욱 그렇다.

2001년 경기 김포 통진종합고교를 졸업하고 프로축구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은 꾀돌이 김두현(24성남 일화사진)도 그랬다. 청운의 꿈을 안고 프로에 뛰어들었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지능적인 플레이로 중원을 리드하는 미드필더로 관심을 모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호화 군단 수원에는 경쟁해야 할 상대가 너무 많았다.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나니 2002 한일 월드컵이 낳은 스타인 진공청소기 김남일이 이듬해 초 전남 드래곤즈에서 이적해 오는 바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또 날아갔다. 감독의 지도 스타일도 그와 맞지 않았다.

스타군단 수원 박차고 성남행 승부수 적중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2005년 시즌 중반 수원을 떠나 성남으로 둥지를 옮긴 것이다. 그러자 날개를 단 듯 플레이가 살아났다. 2005년 수원에서 9경기를 뛰고 성남으로 옮겨 21경기를 뛰었다. 미드필드부터의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플레이를 추구하는 김학범 감독의 스타일과도 딱 맞았다. 그때부터 그라운드는 그의 세상이 됐다.

김두현은 2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에서 열린 삼성하우젠 2006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71표 중 66표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2위는 3표를 얻은 이관우(수원). 팀을 옮긴 지 1년 반 만에 성남을 정상에 등극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MVP 상금은 1000만 원.

김두현은 2006 독일 월드컵 멤버로 대표팀 경기를 소화하느라 시간이 없었지만 올 시즌 33경기에 출전해 8득점, 4도움을 기록했다. 플레이가 화려하진 않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다. 전남 수원을 거쳐 성남에서 뛰고 있는 브라질 용병 이따마르는 그에 대해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내가 골문을 파고들 때 타이밍에 맞춰 찔러 주는 패스는 최고다라고 말한다. 김학범 감독은 두현이는 경기를 읽는 감각이 뛰어나고 적시에 찔러 주는 패스가 으뜸이라고 평가한다.

믿어준 감독님께 감사 유럽 진출이 꿈

김두현은 김학범 감독님의 배려가 없었다면 오늘 이 자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감독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믿었기 때문에 혼신을 다해 뛰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감독님은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잘 포진시킨다. 나는 감독님이 정해 준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란다.

김두현은 올 시즌 K리그에서는 빛났지만 국가대표로는 별 볼일 없었다. 실력이 없었다고 했지만 딕 아드보카트 전 대표팀 감독이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월드컵 때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도하 아시아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4위.

그의 꿈은 유럽에서 뛰는 것이다. 2007년 K리그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 뒤 해외 진출을 모색할 계획. 김두현은 몸값은 중요하지 않다. 내 축구 인생의 미래를 위해서 (박)지성이 형(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 형(토트넘 홋스퍼)처럼 유럽에서 국가의 명예를 걸고 뛰고 싶다고 말했다.



양종구 정재윤 yjongk@donga.com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