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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사흘째

Posted December. 21, 200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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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은 제5차 2단계 6자회담 사흘째인 20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양자협의에서 핵 동결과 핵 프로그램 신고 등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경수로 제공 등의 지원 조치를 배합하는 문제를 놓고 팽팽히 맞섰다.

또 이날 북-미는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19일에 이어 이틀째 워킹그룹을 가동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동결된 북한 계좌 문제를 논의했으나 계좌의 불법성 유무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BDA은행에 묶인 비핵화 논의=미국은 핵 동결신고검증폐기 순으로 진행될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이 취해야 할 구체적 조치들과 그에 상응하는 조치들을 한꺼번에 내놓고 각 비핵화 단계에서 어떤 상응 조치가 한 묶음으로 이행되는 게 좋은지 다양한 안을 제시했다.

이에 북한은 BDA은행에 동결된 북한 계좌가 풀려야만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북한의 생각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베이징발 기사를 통해 조선(북한) 대표단은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 해제 문제와 상관없이 919공동성명 이행 문제를 토의하려는 시도를 배격하는 자세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19일 북-미 양자협의에서 미국 측에 BDA은행 북한 계좌 문제가 해결되면 평북 영변의 5MW 원자로를 동결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 논의와 BDA은행의 북한 계좌 문제는 연계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북한은 이날 미국이 제시한 서면 안전보장이나 경제적 지원 논의는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비핵화는 구체적인 행동인 데 비해 서면 안전보장이나 지원 논의는 말로 그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핵 동결 시 상응 조치로 에너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나 미국은 핵 시설의 신고나 검증 이후에야 에너지 지원에 나설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북-미 관계 정상화, 에너지 지원 등의 문제를 다룰 46개의 워킹그룹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도 금융제재 문제부터 결론을 내고 얘기하자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BDA은행 워킹그룹 논의 장기화=워킹그룹 미국 측 수석대표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자금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워킹그룹 논의가 생산적이려면 긴 과정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킹그룹에서 BDA은행의 북한 계좌가 돈세탁과 위조 달러 유통 등 불법행위에 사용된 근거를 제시했으나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워킹그룹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부 회담 참가국 사이에선 북한이 워킹그룹에서 계좌 대부분이 합법적이므로 합법적 계좌는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은 BDA은행의 북한 계좌 50여 개에 입출금된 합법, 불법 자금들이 서로 섞인 뒤 이 계좌들에 다시 입금된 사례가 많아 합법 계좌와 불법 계좌를 분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자세다.

북한은 3월 미국 뉴욕의 북-미 양자접촉에서 대북 금융제재를 풀기 위해 미국과 위조 달러 문제를 논의할 비상설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또 당시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달러 위조를 입증할 정보를 제공하면 제조 책임자를 붙잡고, 위조에 사용된 종이와 잉크 등을 압수해 미 재무부에 통보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미국이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BDA은행 문제는 국제적으로 미국이 취한 대북제재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어 미국도 이 제재를 푸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회담 본회의와 BDA은행 워킹그룹 논의가 모두 진전을 하지 못해 회담이 합의 없이 조기에 종결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회담은 서로 이해를 증진시켰고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만나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의 의장성명만 내고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다음 회담 일정을 잡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건 문병기 gun43@donga.com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