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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쇠라 불러주오

Posted December. 22, 2006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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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둘까 합니다. 쉬고 싶어요.

프로농구 모비스 우지원(33사진)은 올 시즌 초반 유재학 감독에게 갑자기 은퇴 의사를 밝혔다.

팀에서 최고 연봉(2억4000만 원)을 받는데도 주전에서 밀려나 벤치를 지킬 때가 많아지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어서였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때도 식스맨 신세였던 그는 이번 시즌에도 상황이 별로 달라지지 않자 아예 유니폼을 벗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1990년대 초반 우지원이 연세대에 다닐 때부터 코치로 호흡을 맞췄던 유재학 감독은 10년 넘게 한솥밥을 먹고 있는 제자의 그런 모습에 실망감을 표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정도 어려움도 견디지 못하냐. 스타 의식 버리고 스스로를 낮춰 살아남아야 한다. 처자식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되지 않겠나.

스승의 애정 어린 충고를 들은 우지원은 20년 넘게 해 온 농구를 이런 식으로 마감할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추슬렀다.

벼랑 끝에서 그는 달라졌다. 우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황태자의 이미지를 지우기 시작했다. 우지원은 193cm의 포워드인데도 지난 시즌까지 9시즌 동안 평균 리바운드가 2.1개에 불과했다. 몸싸움을 꺼리고 외곽을 돌며 슈팅이나 하던 반쪽 선수였던 탓이다.

그런 우지원이 얼마를 뛰든 간에 리바운드와 악착 수비 등 궂은일부터 매달렸다.

코트와 벤치를 들락거리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1라운드에 평균 21분을 뛰며 8.4득점, 2.1리바운드였던 기록이 2, 3라운드에는 32분 출전에 12.1득점, 4.5리바운드로 향상됐다. 요즘 우지원은 전반전이나 경기가 끝나면 리바운드를 몇 개 했는지부터 챙긴다.

그저 공격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이젠 다른 쪽으로 팀 공헌도를 높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슛도 잘 들어가던데요.

새로 얻은 마당쇠라는 별명이 자랑스럽다는 우지원은 코트에서 황혼이라는 30대 중반을 맞아 농구에 다시 눈을 뜬 기분이다. 풀이 죽어 있거나 인상을 쓰던 우지원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모비스의 팀 분위기는 한층 살아났다. 모비스는 최근 홈 10연승을 하며 단독 선두를 달렸다. 이런 상승세에는 생존을 위한 우지원의 안간힘도 큰 몫을 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