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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에 묻힌 제야의 종소리

Posted January. 02, 200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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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1시부터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서는 2007년을 맞이하는 종소리는 있었지만 시민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타종식이 있었던 종로 일대는 폭죽 사고와 폭죽의 잔해물 등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고 시민 20여 명이 다쳐 일부는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날 10만여 명의 시민이 종각역 주변에 몰려들었고, 거리의 사람들 10명 중 8명 이상이 폭죽을 들고 다니며 터뜨렸다.

할머니와 손자 등 6명의 가족이 각각 폭죽 하나씩 들고 다니는 장면도 목격됐으며 종로 주변 노점 상인들은 매출 중 90%는 폭죽이었다. 폭죽 장사 아니면 남는 게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종이 울리기 전인 오후 11시경부터 청계천과 종로 거리 곳곳에서 폭죽을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밤 12시에 가까워질수록 터지는 폭죽의 수는 급격하게 늘어나 종이 울릴 때에는 수만 개의 폭죽이 점화되며 회색 연기를 한꺼번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숨쉬기가 곤란해진 노인과 어린이들이 인파에서 벗어나 길가에서 코를 막고 서 있었고, 폭죽이 터지며 흩어진 회색 재들이 도로와 시민들 옷에 떨어지는 등 일대가 희뿌옇게 변했다.

하늘을 향해야 하는 폭죽의 각도를 비스듬하게 낮춰 쏘는 바람에 불똥이 시민에게 날아가는 등 무분별하게 터뜨린 폭죽 때문에 불똥과 화학가루가 눈에 튄 이모(20여) 씨가 소방대원의 응급치료를 받는 등 시민 12명이 폭죽으로 부상했다. 이들을 포함해 이날 21명이 다쳤고, 5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최우열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