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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품 안겼던 사람들 사지로 내몰다니

Posted January. 19, 20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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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이 신병을 인수한 국군포로 가족 9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허술한 대처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국군포로 가족들에 대한 신병 관리가 허술했던 것은 물론, 중국 공안이 이들을 체포해 북송한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떻게 체포됐나=국군포로의 가족 9명은 지난해 7, 8월경 탈북했으며 이들은 남측 가족들이 선양 인근에 마련한 은신처에 머무르다 10월 11일 중국 선양 총영사관에 인계됐다.

총영사관 측은 중국과 합의한 절차에 따라 이 사실을 중국 정부에 통보한 뒤 이들을 인근 민박집에 투숙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같은 날 민박집에서 중국 공안에 적발돼 전원 체포됐다. 정부는 재외공관 밖에서 접촉한 국군포로 가족의 경우 인도적 차원에서 중국 정부와 합의한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고 이를 중국 측에 통보해 조사를 마친 뒤 신병을 인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침 이날 탈북자가 선양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 진입하는 사건이 발생해 중국 공안이 탈북자 일제 단속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민박집에 있던 국군포로 가족들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공안 측은 이들이 중국 정부에 통보된 인원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군포로나 그 가족을 귀환시키기 위해서는 중국 측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중국과 합의한 탈북자 처리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했으나 국내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에 있다 보니 정부의 뜻대로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면 체포를 막거나 체포 이후라도 다시 신병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체포되기 한 달 전에도 탈북자 2명이 미국 총영사관에 진입해 중국 공안이 수차례 일제 검문에 나서는 상황이었다. 영사관 측이 애초부터 확실한 안전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것.

중국과의 협조 제대로 됐나=중국 측은 당시 민박집에서 체포한 국군포로 가족들을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으로 이동시켜 간단한 조사만 벌인 뒤 다음 날인 12일 북송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 사실을 8일 뒤인 20일 남측 가족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남측 가족은 이들의 북송 시점이 10월 12일이 아닌 10월 말이라며 정부의 늑장대처가 북송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측 가족이 현지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정부가 북송됐다고 통보한 20일에는 이들이 아직 단둥에 억류돼 있었다는 것.

남측 가족으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들은 정부는 국방부 대령급을 단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단둥에 파견해 자체 조사에 나섰으나 진상을 파악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남측 가족들로부터 공안에 검거된 국군포로 가족들이 아직 중국에 억류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결과적으로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이 공안에 체포된 뒤 김하중 주중대사는 물론 당시 장관대행이던 유명환 전 제1차관까지 나서 중극 측에 유감을 표시하고 이들의 송환을 촉구했지만 정확한 사태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04년 12월에도 중국 정부로부터 국군포로 한만택(74) 씨가 공안에 붙잡혀 북송됐다는 내용을 전해 듣고 이를 발표했으나 당시 한 씨가 9일 동안 중국에 억류돼 있었다는 의혹이 일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적극적인 대책 시급=외교부는 2527일 송민순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국군포로 및 납북자, 탈북자 처리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더욱 안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송 장관은 방중 기간에 주중 총영사 회의를 열어 영사 서비스 개선과 재외국민 보호체제 강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국군포로 가족 북송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 뒤인 12월에는 선양 총영사관 납북 어부 최욱일(67) 씨의 도움 요청을 박대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북한 정권을 의식해 탈북자 문제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탈북자들의 한국 송환에 협조하다가도 북한이 강하게 항의하면 일제 단속을 벌여 탈북자들을 북송하는 중국의 태도 역시 문제다.



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