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2건1건 제한 규제대상자

정부가 이달 11일 발표한 111부동산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 건수를 1인당 1건으로 제한하면서 대출규제를 받게 된 사람이 종전의 1만 명에서 20.9배인 20만9000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출규제를 받는 사람 중 10명에 3.5명 정도는 자금력이 달리는 서민층이 자주 이용하는 2금융권 대출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가격 안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대출규제 강화가 자칫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을 늘리면서 금융권 부실과 급격한 부동산경기 위축이란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본보가 29일 입수한 복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방안 질의응답(Q&A) 자료에 따르면 주택대출 건수 규제 대상자는 주택담보대출 건수를 1인당 2건으로 제한한 2005년 830대책 기준으로 1만 명이었으나 올해 111대책으로 20만9000명으로 늘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11대책을 준비하면서 작성한 이 자료는 주택대출 관련 Q&A 14개를 담고 있지만 공식 배포자료에는 원론적인 수준의 Q&A 4개만 실렸다.

Q&A 자료에 따르면 111대책에 따라 새로 규제 대상에 포함된 대출자는 19만9000명으로 기존의 규제대상 1만 명을 포함하면 20만9000명이 관련 규제를 받게 됐다.

대출 건수 기준으로 보면 830대책에 따라 주택투기지역 내 아파트 담보대출 건수를 2건 이내로 축소해야 하는 규제 대상은 2만1000건(대출금액 2조1000억 원)이었다.

하지만 111대책에 따라 대출 건수를 1건 이내로 축소해야 하는 대상은 22만1000건(23조50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종전에 비해 강제 상환해야 하는 대출 건수가 10.5배(대출금액은 11.2배) 수준으로 많아졌다는 뜻이다.

또 이번 대책으로 대출을 줄여야 하는 20만9000명 가운데 7만3000명(34.9%)은 상호저축은행, 보험사, 여신전문회사 등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2금융권 대출자 중 상당수가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갑작스러운 대출규제 강화로 원금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을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연구위원은 최근 대출 관련 규제가 급격히 강화되는 계단식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대출 부실 위험을 사전에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경기 위축 등 거시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위 관계자는 대출 관련 예외조치가 많고 유예기간도 있는 만큼 규제가 지나치다고 보지 않는다며 일부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는 것까지 모두 감안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홍수용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