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부산 교육감

Posted February. 02, 2007 06:47,   

ENGLISH

국내 제2의 도시인 부산에서 스타트를 끊은 일은 많다. 카페, 노래방과 가라오케 같은 것이 그렇다. 공교육에서도 부산은 앞서갔다. 국내 최초의 국제중학교와 유일한 영재학교인 한국과학영재학교가 부산에 있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시험이 도입되기 전부터 각급 학교에 독서교육을 뿌리내린 곳도 부산이다. 14일엔 우리 교육사()에 남을 또 하나의 실험이 부산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개정된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라 주민들이 교육감을 직선하는 첫 선거가 부산시교육감 선거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출사표를 낸 5명의 후보자들이 무관심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많은 시민이 교육감을 직선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고, 안다 해도 임시공휴일 지정 여부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후보자들은 교육철학이나 공약을 알리기는커녕 선거제도의 변화부터 설명해야 할 형편이라며 울상이다. 선거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으면서 선거 열기는 더욱 식었다고 한다.

이런 무관심은 미국 일본 등과는 달리 교육자치 전통이 얕은 한국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과는 거리가 먼 현상이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자식 교육이라면 물불을 안 가리고, 지구촌 이산가족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정작 지역사회가 어떤 교육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교육에너지가 작게 이기적일 뿐, 크게 이기적이지는 못하다고나 할까.

교육감이 뭐가 중요해 선출까지 하느냐는 생각은 잘못이다. 부산시교육감만 해도 연간 2조2000억 원의 예산과 3만 명이 넘는 교원 인사권을 쥐고 있다. 더구나 학교 교육의 기틀을 어떻게 짤 것인가가 교육감에게 달려 있다. 인성교육을 할 것인가, 학력 신장을 할 것인가. 특수목적고를 만들 것인가, 실업고를 강화할 것인가. 학교급식은 직영으로 할 것인가, 위탁할 것인가. 이런 문제가 교육감에 의해 결정된다. 진정한 교육자치의 첫 단추를 꿰는 이번 실험에서 부산 시민이 어떤 역량을 보여줄지 전국이 지켜보고 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