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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류민족과잉

Posted February. 08, 200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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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진보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가 명칭에서 민족을 빼려다 회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한 관계자의 전언이 재미있다. 외국과 사업을 같이하려고 단체 이름을 영문으로 보냈더니 민족(National)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을 보곤 극우단체가 아니냐며 거부반응을 보여 명칭 변경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민족이란 단어가 진보와 극우라는 정반대의 가치로 동시에 인식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가수 겸 프로듀서인 박진영(35) 씨가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의 문화상품에서 한류()라는 국가라벨을 떼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있을 한류 관련 포럼을 앞두고 가진 한 언론 인터뷰에서다. 그는 처음엔 별 형태도 없던 한류가 왜 민족주의적 성향을 띠면서 한국 만세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류 속에 스며든 민족 개념의 과잉이 주변국들의 반감을 자초하고, 오히려 문화수출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1997년 중국에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로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은 영화 음악 엔터테인먼트로 영역을 넓히면서 지금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그 세()를 확장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에까지 침투했다고 한다. 그 여파로 대학에 한류 관련 학과와 심지어 박사과정까지 생겨났다. 정부가 한류상품 수출에 금융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섰고, 은행과 기업들이 앞 다퉈 공연 지원과 드라마 제작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한류 열풍이 앞으로도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작년 총 208편, 2451만 달러어치의 영화가 수출됐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68%가 감소했다. 본격적인 쇠퇴는 아니지만 소강상태라는 진단이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박 씨가 주장한 민족 과잉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뭐든지 지나치면 반감을 사는 법. 한류가 한류()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배타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