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요. 점심도 못 먹었어요.
준우승의 아쉬움이 컸을 텐데도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연방 초콜릿을 먹었다. 밝은 표정에서는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자신감이 묻어나오는 듯했다.
필드의 빅 마마 이지영(22하이마트사진).
그는 25일 하와이 코올리나GC(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필즈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으나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아쉽게 1타차 준우승에 머물렀다. 우승컵은 미국의 스테이시 프라마나수드(202타)에게 돌아갔다.
영어로 우승 소감을 적어둔 메모지를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둔 채 경기를 치른 이지영은 거의 모든 홀에서 버디 기회를 잡고도 번번이 공이 컵을 비켜가면서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할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지난해 미국 투어에 데뷔한 이지영은 큼직한 체격(170cm)만큼이나 항상 여유 있는 모습과 코미디언 뺨치는 유머 감각을 지녀 선후배 사이에 인기가 많다. 깐깐한 성격으로 알려진 미국의 웬디 둘란으로부터 젤리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 배포가 커 2005년 한국여자오픈과 CJ나인브릿지클래식, 지난해 KLPGA선수권 등 굵직한 대회의 우승이 많았다. 270야드를 웃도는 장타력에 여자 선수들이 좀처럼 쓰지 않는 2번 아이언으로 230야드를 보내는 그는 이번 대회에선 드라이버의 페어웨이 적중률이 90%를 넘길 만큼 정확성도 높아졌다.
이지영은 2위라고 실망하지 않는다. 언젠가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며 웃었다.
첫날 공동선두였던 브라질 교포 출신 신인 안젤라 박(박혜인)은 이지영과 마지막 조에서 접전을 벌인 끝에 일본의 인기 스타 미야자토 아이, 모건 프레셀(미국)과 함께 공동 3위(205타)에 올랐다. 갈비탕을 먹고 출전했다는 안젤라 박은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 언니들이 너무 많아 좋다. 인사도 잘해서 귀여움 받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현(KTF)은 퍼팅 난조에 시달리며 공동 8위(207타), 박세리(CJ)는 공동 14위(210타)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해 챔피언 이미나(KTF)는 2타 차로 예선 탈락했다. 지난주 SBS오픈에서 김주미(하이트)에 이어 디펜딩 챔피언의 2주 연속 컷오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