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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13 합의 이행이 대북지원의 전제다

[사설] 2•13 합의 이행이 대북지원의 전제다

Posted March. 03, 2007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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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이후 중단됐다가 7개월 만에 평양에서 재개된 남북장관급 회담이 어제 6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내고 끝났다. 보도문에는 없지만 15만 t의 비료지원을 대가로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 일정이 잡혔고 쌀 지원을 2.13 합의의 초기조치 이행과 연계시킨 것은 일방적 퍼주기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결과로 읽힌다.

이번 회담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유연해진 북한의 자세다. 이달 중 쌀 지원을 요구하다가 내달 1821일 열릴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로 넘기자는 우리 측 주장을 수용한 것이나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는 데 따라라는 전제가 붙기는 했지만 상반기 중 남북 열차시험운행에 합의한 것은 북한이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벼랑 끝 외교에서 유화 모드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7월 회담을 결렬시키면서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협박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태도다.

이는 미사일과 핵실험 이후 북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공조에 우리가 동참함으로써 끌어낸 결과다. 종전처럼 국제사회로부터 왕따 당하면서도 애면글면 북한에 매달리며 지원을 계속했더라면 이런 합의나마 이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원칙을 지키는 대북정책의 효용성을 거듭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다. 그동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태를 보여 온 북한이 비교적 이행이 쉬운 영변핵시설의 동결 등 초기조치를 취해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와 남의 지원 등을 따낸 뒤에는 또 어떻게 표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북핵문제는 2.13 합의를 통해 해결의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북이 행동으로 핵 폐기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하는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란 없다. 북은 엊그제 평양에서 생일을 맞은 이재정 통일부장관에게 김정일화()를 선물했지만 그 꽃에 담긴 선의()를 아직 믿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