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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 속 큰 물고기가 미니기업의 모델

작은 연못 속 큰 물고기가 미니기업의 모델

Posted March. 17, 200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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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시장에서 성공

세계 최강의 미니기업 대부분이 틈새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알토란 같은 실적을 거두고 있었다. 어느 기업을 가든 우리는 대기업이 아니다라는 현실 인식도 엇비슷했다.

덴마크의 성분 분석기 제조업체 포스사()는 세계 성분 분석기 시장의 8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2000억 원대의 성분 분석기 시장은 대기업이 뛰어들기에는 규모가 작은 틈새시장. 포스는 이 틈새시장을 찾아 50년 넘게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대만 HYC는 세계 컨베이어벨트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미니기업. 하지만 우유 생산을 늘리기 위해 쓰이는 젖소용 물침대, 농산물 전용 무독성 컨베이어벨트 등의 틈새시장에서는 세계 1, 2위를 다툰다.

스위스 MBT는 신발을 팔아 지난해 6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냥 신발이 아니라 발이 편하면서도 운동 효과까지 있는 특수 신발이다. 한 켤레 30만 원 안팎의 고가()지만 지난해에만 세계 20개국에서 200만 켤레가 팔려나갔다.

기술개발로 승부

세계 최강의 미니기업들은 과감한 R&D 투자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통단속기를 만드는 네덜란드 가초미터사는 연간 순이익 규모가 350만 유로(약 44억 원)인데 300만 유로(약 37억 원)를 R&D에 투자한다. 생산제품의 85%를 해외에 수출하지만 각국 현지에 별도의 판매조직을 두지는 않고 있다. 마케팅 비용 대신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 경영에 이익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상관측기를 만드는 핀란드의 바이살라사는 해마다 연 매출의 15% 정도를 R&D에 쏟아 붓고 있다. 1980년 중반에는 R&D 비용이 연 매출의 25%에 이른 적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항공관제시스템 제조업체 프레크벤티스사의 경우 전체 직원 621명 중 엔지니어가 400여 명일 정도로 기술 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다.

유연한 조직과 혁신적인 사고

보청기를 만드는 덴마크 오티콘사는 정해진 출근 시간이 없다. 업무에 방해를 받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출근하면 된다. 그 대신 퇴근 시간도 따로 없다. 늦은 밤까지 업무에 몰두하는 직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직원들 간에 의사소통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무실 칸막이도 모두 없앴다.

네덜란드 가초미터사의 사무실 공간도 탁 트인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

초소형 특수베어링 제작 기술을 가진 일본 북일본정기()는 홋카이도() 본사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국 상하이() 공장은 범용 제품이라는 이원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름이 23mm에 불과한 초소형 모터를 생산하는 일본 시코엔지니어링은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독창적인 사고를 강조한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시코()다.

고객 눈높이를 맞춘 제품 생산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네덜란드의 요트 제조업체인 로얄 하위스만사는 요트 제작 전 과정에 고객을 참여시키면서 고객의 취향을 100% 반영한 제품을 만든다.

반도체 영상검사장비를 만드는 벨기에 아이코스비전사의 경우 연구원들이 시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마케팅 회의에 참석시킨다.

CEO 경쟁력이 기업 경쟁력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한 미니기업에는 공통적으로 통찰력과 장인() 정신을 갖춘 최고경영자(CEO)들이 있었다.

금형 및 프레스 전문업체인 일본 오카노공업 CEO인 오카노 마사유키() 대표는 철저한 장인 철학을 고집한다. 그는 장인 세계는 오로지 기술로 인정받을 뿐 경영하는 사장은 필요없다며 명함에 대표사원이라는 직함을 새기고 다닐 정도다.

스위스의 자동화 로봇 제조업체 귀델사의 루돌프 귀델 사장은 직접 작업복을 입고 공장을 누비며 제품 설계와 생산에도 참여한다.

전문 경영인도 10년 이상 재임하는 경우가 많다. 단기 성과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베가치즈의 해외영업담당 임원 모리스 반 린 씨는 1990년부터 2005년까지 15년간 CEO로 일한 뒤 지금은 해외영업을 전담하는 임원으로 물러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