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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걸 아이비

Posted April. 11, 200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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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가수 아이비의 승리였다. 아이비는 2집 타이틀 곡 유혹의 소나타로 올 초부터 불기 시작한 가요계 여풍을 평정했다. 이 곡은 한 달 만에 온라인 음악사이트 벅스뮤직에서 142만3500건의 실시간 음악 감상 건수를 기록했고 3만5000장의 음반 판매량, TV 가요순위 프로그램 1위 등 온오프라인을 누볐다.

여가수의 음악 차트 1위는 지난해 백지영 이후 1년 만. 더 놀라운 것은 같은 섹시과 선배인 이효리와의 대결에서 이겼다는 것이다. 어느덧 그녀가 출연한 몰래카메라 코너가 포털사이트를 도배하다시피 하고 3월 한 달간 네이버의 가수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과거 이효리 신드롬이 그랬듯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간의 관심사가 됐다.

물론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데뷔 2년 만에 그녀는 이른바 아이비 홀릭이란 현상을 만들었다. 무엇이 아이비를 스타로 만들었을까? 아이비,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I, V, Y로 풀어봤다.

I am 알파걸

무대 위에서는 깐깐하지만 사실 제 모습은 남자 초등학생 같아요. 덜렁거리고 털털하고 때로는 바보 같기도 해요.(아이비)

스스로를 털털걸이라 평했지만 그녀의 코드는 이른바 알파걸로 통한다. SBS 인기가요 공희철 PD는 요즘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섹시함은 저돌적이고 당당한 모습이 복합된 알파걸의 모습이라고 평했다. 알파걸은 댄 킨들런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세상을 저돌적으로 사는 여성들이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골반 돌리기나 몸매 자랑, 화장법 등을 자제하고 카리스마형 가수로 이미지를 선회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섹시함 자제는 유혹의 소나타 노래에서도 나타난다. 이 곡을 작곡한 박근태 씨는 보컬리스트로서의 가능성을 발휘하도록 신음소리나 자극적인 요소 대신 앙칼진 목소리를 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Versus라이벌 이효리의 대안?

너무 뻔한 얘기 같지만 라이벌은 제 자신인 것 같아요. 요즘엔 너무 힘들어서 한없이 약해질 때가 많아요. 그래서 마음속에서 계속 저와 싸우는 중이에요.(아이비)

그러나 그녀를 키운 것은 라이벌. 음악평론가 성우진 씨는 표절 시비, 드라마 출연 등 이효리가 다소 식상한 이미지로 평가받는 동안 대중은 새로운 섹시 스타로 아이비를 찾았다며 라이브 무대를 펼치려는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가창력, 춤, 심지어 나이까지 이효리의 대안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비는 섹시함에서 더 나갔다. 1집에서 보인 이미지와 달리 유혹의 소나타 무대 의상은 긴 바지, 블라우스, 재킷 등 노출이 전혀 없다. 2집 앨범 재킷도 청순함을 강조했다. 그녀의 스타일리스트인 이시연 씨는 섹시스타들의 과열 경쟁으로 노출이 일반화됐기에 반대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You너 넘어야 할 산

넘어야 할 산요? 한국에서 여자가수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워요. 한 번 실수하면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비난을 받기에 늘 몸조심을 해야 하죠. 변신에 대한 압박감도 빼놓을 수 없고요.(아이비)

그녀가 넘어야 할 산도 분명 존재한다. 최근에는 유혹의 소나타 뮤직비디오의 표절 판정이 인기에 제동을 걸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파이널 판타지 7 어드벤처 칠드런을 표절했다는 판결 후 이 뮤직비디오는 현재 상영 금지 상태. 뮤직비디오 감독은 감독에 대한 존경의 뜻이 담겼다고 밝혔지만 표절로 판명이 났다. 아이비 홀릭 현상 자체도 그녀가 소속된 거대기획사(팬텀엔터테인먼트)의 힘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음악 관계자들이 말하는 그녀의 롱런 키워드는 바로 가창력. 성우진 씨는 2집으로 여성 가수의 한 지분을 취득했다면 앞으로 음악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또래 섹시 여가수들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