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20세기로 돌아간 노대통령의 통치행위론

[사설] 20세기로 돌아간 노대통령의 통치행위론

Posted April. 11, 2007 07:57,   

ENGLISH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측근인 안희정 씨의 대북() 비밀접촉에 대해 대통령이 특별히 지시한 것이기 때문에 사전 신고할 일이 아니며, 대통령의 당연한 직무행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주간동아의 취재 보도로 안 씨의 대북 비밀접촉 사실이 드러난 지 보름 만에야 대통령이 사실을 시인한 것도 국민을 우습게 아는 처사이지만 사안에 대한 인식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전날만 해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답변을 통해 현재 관계기관에서 사실 확인중이며 확인 결과 법을 위반했다면 응분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룻밤 사이에 사실 확인과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이 끝난 것이 아니라면 노 대통령은 법을 멋대로 해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어제 발언 직후 통일부는 안 씨의 대북 접촉은 남북교류협력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통령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대통령의 당연한 직무행위에 속한다는 이른바 통치행위론이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통치행위론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애용하던 초법적 논리다. 헌법학자인 허영 명지대 초빙교수는 19세기, 20세기에나 통하던 얘기라며 헌법재판소에서도 이미 폐기한 이론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초 김대중 정권의 대북 비밀송금사건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제를 수용했다. 이를 계기로 대북 접촉의 투명성과 국민적 합의를 담보하기 위한 남북관계발전법도 만들어졌다.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해 1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설에서 대북 비밀송금사건을 초법적 통치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런 대통령이 이제 와선 당연한 직무행위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나마 김대중 정권은 책임 있는 당국자를 내세웠지만 노 대통령은 아무런 권한도 책임도 없는 한낱 사인()들에게 대북접촉이라는 국가의 중대사를 맡겼다. 특히 문성근 씨를 북에 보낸 2003년 12월은 대북 비밀송금사건 1심 재판이 진행 중일 때였다. 노 대통령의 이중성()이 놀랍다. 세간엔 문 씨가 노 대통령의 친서()를 북에 전달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대통령은 이제라도 모든 진실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관련자들에 대한 법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