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상반기(16월)에 5만 원권과 10만 원권 등 두 종류의 고액권이 발행된다.
한국은행은 1만 원권이 발행된 1973년에 비해 국민소득은 150배 높아지고, 물가는 12배 이상 오르는 등 경제사정이 크게 변했지만 최고 액면금액 1만 원권은 34년 동안 유지됐다며 경제적 비용과 국민 불편이 매우 큰 점을 고려해 2009년 상반기에 두 종류의 고액권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고액권 편리하지만 부작용 있을 수도
한국의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최고액권을 1만 원권으로 유지하는 것은 이제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한국을 뺀 29개국 최고액권의 평균 액면가치는 35만 원 정도다.
또 세계 212개국 중 한국보다 최고액권의 액면가치가 낮은 나라는 소말리아 몽골 수단 등 29개국뿐이다.
한은은 고액권이 발행되면 자기앞수표의 발행과 관리에 들던 연간 2800억 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만 원권 수요의 40% 정도가 고액권 수요로 이동하면 화폐 제조와 운송, 보관에 따른 관리 비용도 추가로 400억 원 정도 줄게 된다.
하지만 고액권 발행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는 고액권이 불법 정치자금 등으로 쓰여 사회적 부패를 가중할 우려를 제기해 왔다.
10만 원권, 옛 1만 원권 길이와 비슷
한은은 새 고액권의 크기를 염두에 두고 지난해 1월 새 5000원권, 올해 1월 새 1000원권과 1만 원권을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왕용기 한은 발권국장은 고액권일수록 돈을 길게 만드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현재 유통되는 세 종류의 신권은 세로 68mm로 동일한 가운데 가로 길이만 다르다.
1000원권은 136mm, 5000원권은 142mm, 1만 원권은 148mm로 일정하게 6mm씩 늘어난다. 따라서 5만 원권은 154mm, 10만 원권은 160mm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신권과 함께 유통되고 있는 옛 화폐(세로 76mm)의 가로 길이는 1000원권이 151mm, 5000원권이 156mm, 1만 원권이 161mm이기 때문에 5만 원권은 옛 1000원권과 5000원권의 중간 길이, 10만 원권은 옛 1만 원권 길이와 비슷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액권 앞면에 들어갈 초상인물은 미술과 역사 분야 등의 전문가로 구성될 화폐도안 자문위원회에서 23명의 초상인물 후보군을 압축한 뒤 국민 표본 여론조사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새 지폐의 초상인물은 퇴계 이황(1000원권), 율곡 이이(5000원권), 세종대왕(1만 원권)이다. 일반인은 고액권의 인물 후보로 백범 김구, 다산 정약용, 신사임당, 광개토대왕, 유관순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