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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치권의 막말 경연

Posted May. 09, 20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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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술이라도 잘 거르면 청주가 되고 막 거르면 탁주가 된다. 막 걸렀다고 해 막걸리다. 그래서 막일꾼들은 막노동을 하다가 막사발로 막걸리를 마시고 막김치로 안주를 삼는다. 그리고 막담배를 피우고 막신발을 신고 나간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막자가 정신영역으로 옮겨와 말이나 행동에 붙으면 사정은 심각해진다. 그래서 시인 워즈워스는 생활(물질)은 낮게 정신은 높게라는 시구를 남겼다. 인문학자 이어령 씨가 몇 년 전 어느 신문에 쓴 글의 일부다.

열린우리당의 진로를 놓고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사이에 그제 또 막말이 오갔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두 사람을 당신들이라고 부를 만큼 격정을 드러냈다. 김 전 의장과는 서로 잔꾀 정치를 한다고 비난했다. 이른바 친노()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한 술 더 떴다. 정, 김 두 사람을 겨냥해 잡동사니들이 살모사 정치, 떴다방 정치를 하며 얄팍한 잔머리를 굴린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한 나라의 정치 엘리트들로서의 품격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때나마 동지였음에도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다. 노 대통령은 이 글에서 대통령이 아닌 정치인 자격으로 하는 말이라고 했다. 정치인은 막말을 해도 괜찮다는 건가, 아니면 계급장 떼고 맞장 뜨겠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노 대통령은 유력 신문들을 불량상품이라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보따리장수라고 한 적도 있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국민의 언어생활뿐 아니라 정신까지도 오염시킨다. 우드로 윌슨 전 미국대통령은 저서 연방의회정치론에서 입법보다 더 중요한 의회의 기능은 정치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민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했다. 말이란 것에 대해 피타고라스는 정신의 호흡이라고 했고, 랄프 에머슨은 남 앞에 자화상을 그려놓는 것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부터 TV의 어린이날 특집프로에 출연해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용기를 불어넣지 않아도 좋으니, 어린이들이 따라 쓸까봐 겁나는 말이나 삼갔으면 한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