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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표 흔들지 말라더니

Posted May. 12, 200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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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1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남북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을 찾았다.

이 전 시장은 판문점에서 비무장지대(DMZ)에 숙박시설을 세우고 그 안에 이산가족 상봉소를 만들어 이산가족들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남북 화해의 메시지를 던졌다. 또한 생태공원은 물론 남북한 청소년들이 자주 만나 축구경기와 각종 공연을 가질 수 있도록 체육관과 공연장을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경선 룰을 둘러싼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이 신경 쓰이는 듯했다. 이 전 시장은 불과 1주일 전에 박 전 대표가 저를 향해 당을 흔들지 말고, 강재섭 대표를 흔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줘서 조건 없이 당의 안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당의 단합과 화합을 이뤄내는 게 이 시점에 (두 주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박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다. 박 전 대표의 1000표 줄 테니 기존 룰대로 하자는 발언에 대해서는 기도 안 차서라고만 했다.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와 관련해 아예 언급을 하지 않을 예정이냐는 질문에 해야 될 때면 하겠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의 대치 상황을 염두에 둔 듯한 얘기도 나왔다.

자신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식당에서 냉면으로 통일하지라는 말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던 일화를 소개하며 북한 식당 아주머니가 신성한 통일이라는 단어 앞에 어떻게 냉면이란 말을 붙일 수 있느냐고 따졌다. 말이 안 통하면 그런 일이 생긴다고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또 판문점을 가던 중 잠시 들른 휴게소에서 커피를 마시려 했다. 하지만 보좌진이 운전기사가 5분밖에 시간을 안 줘서 드실 시간이 없다고 하자 그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면 되느냐. 아예 내려 주질 말든지라고 농담했다.

공동경비구역(JSA)을 들어가기 직전 JSA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에서 남측 지역에 북한 초소 3곳을 허용해 줘서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일어났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 전 시장은 바로 양보만 하니까 그렇지. 무고한 사람만 죽고라고 했다.

말이 안 통한다 무리한 요구를 하면 되느냐 양보만 하니까 그렇지 같은 발언은 경선 룰을 둘러싼 현재의 갈등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 전 시장의 이런 발언만 보면 박 전 대표와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경선도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강 대표가 의원직까지 내건 상황에서 이 전 시장이 막판 대타협의 물꼬를 틀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를 경선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명분을 주면 되지 않겠느냐며 여운을 남겼다.



박민혁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