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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승의 힘

Posted May. 15, 200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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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청에는 학창 시절 은사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전화가 1년에 1000건가량 걸려온다.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는 하루 50, 60건에 이른다. 꼭 한번 만나 뵙고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사연이다. 사람들이 스스로 선생님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우리 주위에 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아직 많다는 희망적인 증거다.

대구 경일여고는 잘사는 동네에 위치한 학교가 아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아 고교 입학 당시의 평균 학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이다. 교사들은 이런 학생들을 잘 가르쳐 어느 부촌 못지않은 진학 실적을 냈다. 지난해 서울대에 13명을 진학시켰고 올해에는 5명을 보냈다. 지난해 서울대 합격생 수는 전국 여자고교 가운데 가장 많았다. 교육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바로 이런 힘이 아닐까. 이 유쾌한 반전은 학생 개개인을 상대로 맞춤교육을 한 교사들의 손에서 나왔다.

전남 영광의 해룡고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학교가 됐다. 다른 지역의 교사들이 이 학교의 성공 비결을 배우기 위해 줄을 이어 찾는다. 대도시의 학원과 멀리 떨어져 있는 이 학교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 그러나 교사들의 열성이 사교육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만들었다. 얼마 전만 해도 학생들이 더 좋은 학교나 학원을 찾아 인근 도시로, 서울로 빠져나갔지만 해룡고의 교육성과가 알려지면서 이젠 대도시에서 거꾸로 유학을 온다.

이들 학교뿐이 아니다. 학교 밖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직분을 다하는 교사는 많다. 말로만 학생을 위한다고 떠드는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행동으로 보여 주는 일은 쉽지 않다.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이들의 마음도 착잡할 것이다. 촌지나 선물을 이유로 휴교하는 학교가 많고 스승의 날을 옮기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학생들이 잘 안다. 어떤 선생님이 참된 스승인지를. 학생들은 평생 그들을 기억할 것이고, 언젠가는 다시 찾아올 것이다. 스승의 날은 이런 교사들에게 감사의 꽃을 드리는 날이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