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사회복지 지출의 현저한 증가가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출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도한 정부지출은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20일 발표한 OECD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사회복지 정책 등의 전반적 방향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을 상당수 포함시켰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적인 지적은 그동안 국내 경제전문가 및 주류() 언론의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와 대부분 일치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 의문 제기
OECD 보고서는 거시경제 항목에 이어 별도로 부동산 및 지역개발 정책이라는 항목을 할애해 한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의문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분양가 상한제 같은 최근 조치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민간주택 공급을 감소시켜 전체 주택공급과 주택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토지이용 및 주택공급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부문 주택공급 촉진을 유도해야 하다고 권고했다. 또 주택공급이 지금보다 탄력적으로 이뤄지면 분양가 상한제 등의 조치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값 상승과 관련, 보고서는 (강남지역에서) 규제에 따른 택지 확보의 어려움으로 민간의 주택공급이 감소했지만 양질()의 생활여건으로 이 지역에 대한 수요는 늘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투기세력이 강남 집값 상승의 주범은 아니라는 뜻이다.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해 말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을 인상했던 한국은행도 비판했다.
보고서는 통화정책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데 효과적이지 못한 수단이라며 상품과 서비스 가격 안정이라는 통화정책의 기본 목표를 소홀히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이 수도권 등 특정지역의 현상인 만큼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서강대 김경환(경제학) 교수는 OECD 보고서의 내용은 결국 시장원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부동산 정책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지출 확대는 신중해야
OECD는 현 정부의 복지지출 확대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선을 보냈다.
보고서는 한국의 빠른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6%인 공공, 사회복지 지출은 2030년에 21%로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며 선진국의 과거 사례를 감안해 사회복지 지출을 확대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사회복지 지출의 현저한 증가가 급격한 조세부담률 증가로 이어지면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 정부 들어 매년 20%씩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과도한 정부 지출이 한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보고서는 2002년 이후 정부 지출이 세입 증가율을 넘어서 관리대상수지(사회보장기금 흑자, 금융부문 구조조정 비용을 제외한 재정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중기적 균형예산 달성을 위해 정부지출의 제안과 세제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산업전략본부장은 지나치게 복지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면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며 결국 성장을 중심으로 복지를 보완하는 정책 기조를 취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고 어려운 노동관행 고쳐야
OECD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강제적으로 전환하도록 한 한국의 비정규직 보호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보고서는 기업이 비정규직 고용을 선호하는 것은 낮은 임금 때문만이 아니라 정규직을 해고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 해고가 어려운 한국의 고용 관행이 비정규직을 늘려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비정규직 차별 금지 법률이 전반적 고용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과 관련해서는 양질의 보육시설을 적정 규모로 공급할 필요가 있지만 공공부문이 직접 (보육시설을) 공급하기보다 바우처(이용권)를 제공해 부모의 선택권을 늘리고 공급자간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상품시장과 서비스 시장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인천 등 경제자유구역에 제한돼 있는 규제개혁 조치를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OECD는 한국의 의료산업을 키우기 위해 영리기업의 병원설립을 허용하고 민간 의료보험을 확대하는 등 민간 부문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