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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용희와 조순형

Posted June. 27, 200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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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대선 관련 공방으로 고성이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열린우리당 및 열린우리당 탈당 의원들은 이명박 박근혜 씨가 선거 관련 불법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안상수 위원장이 마치 선거운동 하는 위원회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소속의 이용희 국회부의장이 이런 얘기를 하면 동료 의원들한테 어떤 말을 들을지 모르겠지만이라면서 입을 열었다.

그는 상대 당 대통령 후보에 관한 문제는 가능한 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 주는 게 옳다면서 열린우리당 등 여권 의원들에게 역지사지()를 주문했다. 상대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충고였다. 그러면서 여야 처지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했다. 충청도 출신 특유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씨였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 정치인의 무게 때문에 그 울림은 컸다.

이 부의장은 76세로 현직 국회의원 중 최고령이다. 정치 입문 47년에 4선() 의원이지만 총선과 지방선거에 13번 출마해 8번이나 낙선의 쓴맛을 보았다. 그러기에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되는 이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겨라는 좌우명도 이런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주위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권유했지만 그는 훌륭한 후배들에게 길을 터 줘야 한다면서 한 달 전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제 마음까지 비운 셈이다.

이날 민주당 소속의 조순형 의원도 바른 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기관에 대선후보 공약의 타당성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한 것은 법치질서의 위기를 초래하는 위헌, 불법적 지시라고 질타했다. 72세의 6선이란 관록도 있지만 2년 전 탄핵 역풍으로 정치적 사망에까지 이르렀다가 부활한 터라 그 역시 정치가 뭔지를 아는 사람이다. 제 눈의 들보는 못 보면서 남의 눈의 티끌만 찾으려고 안달하는 함량 미달의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두 원로 정객이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