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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핵불능화장기전예고

Posted July. 17, 2007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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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진전이 있더라도 끝까지 봐야 안다. 북한은 늘 어김없이 우리를 실망시켜 왔으니까.

올해 초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사석에서 북한과의 협상이 얼마나 살얼음판을 걷는 과정인지를 이런 말로 표현했다.

실제로 북핵 6자회담 213합의가 이뤄진 직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 이체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초기조치 이행이 2개월 이상 지체됐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였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을 통보한 14일에도 워싱턴은 크게 환영하는 기색이 엿보이지 않았다. 북한이 미국의 조작이라며 부인해 온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체면도 세워 주는 고난도 외교를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15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다음 조치는 북한이 숨겨 온 HEU 프로그램으로 무엇을 했는지 설명을 듣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전날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김명길 공사가 북-미 수교 일정 앞당기기를 강조한 것과는 큰 온도차가 감지된다.

김 공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영변 핵시설 불능화에 앞서 (북한에 대한)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15일 북-미 간 1차 관심사가 이렇게 다름에 따라 향후 협상 과정이 지루한 줄다리기로 이어질 개연성이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북한이 요구하는 두 가지 사항은 미국 국내법 개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는 이 문제에 대한 견해가 통일돼 있지 않다.

이 소식통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의회가 이라크전쟁 문제로 충돌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이민법 개혁 등 핵심 정책의 처리가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일이 잦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올해 안에 북한 핵 프로그램 불능화를 목표치로 제시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처럼 부시 행정부 이후까지 협상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보는 전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