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법무부 장관의 거취는 딜레마다. 교체하자니 의인()이 되고, 그냥 가자니 내부 잡음이 많다.(23일 청와대 관계자)
김성호 법무부 장관의 교체 여부를 놓고 청와대가 고민하고 있다.
김 장관을 교체하면 소신 발언을 이유로 경질할 수 있느냐는 비판 여론이 부담이고, 유임하면 문제 있는 장관과 계속 함께 가야 하느냐는 내부 반발이 생길 여지가 있어 진퇴양난 상황이라는 것.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장관의 교체 가능성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김 장관의 말은 지나치게 거침이 없다고 불평했다.
그래서인지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현재로선 김 장관을 교체할 계획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며 현재로선이란 단서를 붙였다.
김 장관의 거취 문제는 6월 초부터 검토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의 거침없는 발언에서 비롯된 청와대와의 크고 작은 마찰 때문이라고 한다.
김 장관은 1월 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소송을 막기 위해 맞소송을 허용하겠다는 등 친()기업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청와대가 국무위원들의 특정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법무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이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김 장관은 6월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은) 선거법 9조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규정이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참모인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과 180도 다른 법 해석을, 그것도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법 9조를 어겼다는 선관위 결정에 대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위선적인 법(6월 8일)이라고 비난한 직후 내놓은 것. 노 대통령이 이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는 점에서도 김 장관이 장관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김 장관은 10일과 12일에는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 전 시장의 처남인 김재정 씨가 고소를 취소하면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 역시 이 전 시장과의 전면전에 돌입한 청와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청와대는 김 장관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윤종남 전 서울남부지검장, 정성진 국가청렴위원장 등에게 법무부 장관을 맡을 의사가 있는지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조기 교체를 검토해 온 정상명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임기(2년)를 보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장의 임기 만료가 대선 직전인 11월 23일이란 점에서 조기 교체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정 총장이 반드시 임기를 채우겠다고 거듭 의견을 개진한 데다 최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과 관련된 민감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는 후문이다. 총장 후임자로 검토한 임승관 전 대검 차장의 고사도 변수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장과 임 전 차장은 모두 노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17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