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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순형의 길, 김한길의 길

Posted July. 25, 200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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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범여권 사람들이 어제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하지만 야합 헌당을 왜 신당이라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당명에 미래창조가 들어가건 신천지개척이 들어가건 노골적으로 말해 대()국민 사기극이다. 대선용 가설()정당임이 뻔하다. 소위 대통합신당의 실체를 읽는데 도움이 될 사실 하나는 김한길이 들어가고, 조순형이 빠졌다는 점이다.

김한길 씨는 열린우리당에서 원내대표까지 지냈으면서도 이 당 간판으론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면서 2월 7일 의원 22명과 함께 선도() 탈당했다. 3개월 뒤 그는 중도개혁통합신당이라는 정당을 만들더니 6월 27일 민주당과 합당해 박상천 씨와 함께 통합민주당 공동대표직을 맡았다. 그리고 다시 한 달 만에 형식상 당적을 유지한 상태에서 미래창조신당 창당준비위에 참여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는 2003년 9월 민주당을 깨고 나와 열린우리당을 만든 사람 가운데 하나다. 적어도 지난 4년여 동안의 국정 파탄에 공동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옷 갈아입고 화장 고쳐 딴 사람인양 행세하려는 격이다.

조순형 씨는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이 분당할 때 따라가지 않고 남아 지금껏 같은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며칠 전엔 단지 한나라당에 맞서기 위한 범여권의 잡탕 대통합에는 동참할 수 없다며 통합민주당 당적으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정도()를 벗어난 대통합 훈수에도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정치에서 명분이 무엇이고, 소신이 어떤 것인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칭 대통합신당은 한마디로 조순형은 없고, 김한길이 있는 그런 정당이다. 참여한 국회의원이 64명이지만 옛 민주당 출신 3명을 뺀 61명은 열린우리당 출신이다. 그들 중에는 김 씨처럼 화려한 변신 이력()의 소유자들이 셀 수 없이 많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일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로 구성된 미래창조연대도 참여했지만 그런다고 열린우리당 색깔이 쉽게 탈색되겠는가. 여기에 친노() 및 비례대표 의원 등 열린우리당에 남은 사람들과 DJ의 차남인 김홍업 통합민주당 의원이 동참한들 대통합신당이라고 하기엔 낯간지러울 것이다. 쉽게 도로 열린우리당이라 하고, 줄여 도리당 정도로 부르면 어떻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