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자금 감시를 위한 국제 공조기구인 에그몽그룹이 한국 정부에 테러자금 조달을 막기 위한 법을 갖추지 않으면 테러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탈레반 같은 테러조직에 피해를 당한 당사국이면서도 관련법조차 없어 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 공조체계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에그몽그룹으로부터 내년 5월까지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다른 회원국들의 정보를 공유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경고성 서신을 받았다.
이에 앞서 에그몽그룹은 5월 말 법이 없으면 회원 자격을 정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경부 당국자는 한국은 선진국 간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도 정식 회원국이 아닌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고 테러처럼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클로즈드 미팅이 시작되면 회의장에서 나와야 하는 처지라며 에그몽그룹의 정보도 공유하지 못하게 되면 국제 테러자금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에그몽그룹의 결정은 FATF 정회원 가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FATF는 테러자금조달금지법 입법을 정회원 가입의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FATF 옵서버 자격을 얻은 뒤 정회원이 되기 위해 올해 2월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을 국회에 상정하는 등 국내 관련 제도를 정비해왔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닥쳐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는 테러자금조달방지법 때문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끊길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정치권은 테러행위 등을 정의한 테러기본법이 먼저 입법돼야 한다는 일부 의원의 주장에 따라 법안 통과를 미루고 있다.
재경부는 에그몽그룹이 정한 시한까지 관련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자칫 에그몽그룹의 테러 정보 공유 차단 및 회원자격 박탈FATF의 정회원 승격 불가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내년 5월 에그몽그룹 총회의 주최국인 한국이 서울 총회에서 회원 자격을 빼앗기는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의 제정 여부는 한국이 테러에 대한 국제 공조를 주도하느냐, 피동적으로 끌려가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지표라며 반()테러 원칙 기조에서 여야 정당이 숙의해 빨리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