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이상수식 사선공후()

Posted August. 08, 2007 03:02,   

ENGLISH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 개각과 관련해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거취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2월 대통령의 보은()인사 덕분에 장관이 된 그는 18개월째 재임 중이다. 재임 기간(16개월)이 길다는 이유로 교체 대상이 됐다는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보다 2개월이나 더 장관직을 맡고 있다. 이 장관이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 장관의 장관직 수행 의욕이 강하다고 말했다.

장관이라면 의욕이 강해서 나쁠 것은 없다. 사심()이 없다면 말이다. 그러나 이 장관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장관 더 하겠다는 이유가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4월 9일)에 나가기 위해 2월 9일 이전에 사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마할 공무원은 선거 60일 전까지 그만둬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장관 자리보다 총선에 마음을 두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공선사후()가 아니라 사선공후()이다.

이 장관이 2월 초까지 장관직에 머무르면 대통령 임기 말에 인사청문회를 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몇 주 동안 장관직을 공석으로 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총선 출마 의사를 분명히 밝힌 정치인이 내각에 있다면 정부의 대선 중립에도 걸림돌이 된다. 장관은 대통령이 임면권을 갖고 있을 뿐 임기가 없다. 이 장관이 노 대통령과 어떤 특수 관계에 있는지는 몰라도 총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에 연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장관은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대선자금 32억6000만 원을 불법 모금한 혐의로 2004년 1월 구속돼 5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그는 2005년 815 특사로 피선거권을 회복했고, 그해 10월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후 노동부 장관에 임명됐다. 노 대통령을 위해 독배()를 들었다지만 충분한 보상을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공선사후를 생각해도 될 때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