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이 남북정상회담 일정과 겹치면서 이 훈련의 축소 또는 연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로선 변경을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천 대변인 스스로 (남북정상회담 접촉과정에서) 이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달 2031일로 예정된 33번째 UFL 훈련과 2830일의 정상회담 일정이 정확히 겹치는데도 북측이 조용히 넘어갈 가능성은 아무래도 희박하다.
이미 북측은 이 훈련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은 어제 판문점에서 미군 측에 전달한 군()명의 성명에서 대규모 전쟁연습과 무력증강 행위를 중지하지 않는다면 대응 타격수단을 완비 운운하며 협박했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때에 비춰 봐도 북은 이번에도 훈련 중단을 거세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엔 훈련이 2개월 뒤로 예정돼 있었는데도 이 문제를 들고 나와 훈련 축소를 관철한 바 있다.
UFL 훈련은 북의 전면 남침에 대비해 1975년부터 매년 실시한 방어훈련이다. 선제공격 훈련이 아님은 32차례에 걸친 훈련을 통해 명백하게 드러났다. 북측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북측이 이 훈련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한미군사동맹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2012년의 한미연합사 해체 및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주한미군 병력 및 역할 축소를 앞두고 국민의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마당에 UFL 훈련마저 중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이 훈련 중단요구를 계속 밀어붙일 경우 힘겹게 정상회담 기회를 마련한 정부로서는 양보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미군사동맹 관계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차질 없는 합동훈련의 진행은 동맹국에 대한 신의()의 문제이다. 국군과 주한미군 해외증원미군 등 1만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훈련의 계획변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만에 하나 북의 요구에 밀려 훈련계획을 변경한다면 군사동맹을 해치고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