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하던 지난달 24일 국내 증시가 한창 장밋빛 꿈에 취해 있을 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주가 하락을 예견한 애널리스트가 있었다. 한양증권의 홍순표 연구원이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미국 증시의 발목을 잡고 한국도 영향을 받게 돼 지수 2,000 안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보고서는 당시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좋은 시장에서 딴소리하는 사람쯤으로 여겨졌다.
사실 애널리스트라 해서 미래 주가를 맞히기는 쉽지 않다. 애널리스트가 대개 증권사에 고용되어 있다 보니 낙관론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주가가 치솟을 때는 장밋빛 일색이다가 주가가 떨어져야 비로소 조정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어떤 기업의 전망이 좋으니 사라는 추천은 많이 해도 이 주식은 팔라는 말은 좀처럼 안 한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도 따지고 보면 홍콩 주재 서방 투자은행의 한국 담당 애널리스트 30여 명이 한국에서 돈을 뺐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이를 계기로 국제금융시장의 존재가 주목받으면서 애널리스트나 외환딜러가 최고의 유망 직업으로 부상한 때가 있었다. TV 드라마에서 촉망받는 남자 주인공의 직업도 2세 경영자에서 애널리스트나 외환딜러로 바뀌곤 했다. 그 후 사생활을 포기하다시피 하는 격무에다 40세 정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직업 수명이 짧다는 점도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애널리스트라고 하면 기업 및 산업 담당 애널리스트를 가리킨다. 하지만 국내외 거시경제를 분석하고 경기를 전망하면서 전체 주가의 흐름을 내다보는 이코노미스트, 파생상품 등을 기획 운용하는 금융공학 애널리스트에다 주가 등 지표의 그래프 분석을 전공으로 하는 차티스트도 애널리스트다. 우리 정치권에도 어설픈 애널리스트가 몇 있다. 전 세계적 현상이었던 주가 상승을 현 정부의 치적으로 내세우던 청와대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최근의 주가 폭락에 대해선 뭐라고 애널라이즈(분석)할지 궁금하다. 내 탓이라고 하지는 않더라도 시장 안정화를 위해 고민이라도 할까.
허 승 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