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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고에 31조 원이 있는지 비는지 모른 정부

[사설] 국고에 31조 원이 있는지 비는지 모른 정부

Posted September. 08, 200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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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인 지난달 23일 재정경제부는 올해 상반기(16월) 나라 전체의 살림인 통합재정()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인 6조1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그러더니 어제는 그게 아니고, 25조5000억 원의 흑자라고 고쳐 발표했다. 그 오차는 무려 31조6000억 원이다. 올 상반기 중 통합재정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빼고 실질적 살림 상황을 보여 주는 관리대상수지도 사상 최대인 22조5710억 원의 적자(8월 23일 발표)에서 5조1000억 원 적자(어제 발표)로 수정됐다. 17조4710억 원이나 차이가 나는 통계다.

재경부는 올해 도입한 디지털 예산회계 시스템의 일부 항목에서 오류가 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1억, 2억 원도 아니고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나라살림 추이를 헛짚고 있었던 것을 단지 컴퓨터 오류나 연산() 실수로 돌리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달마다 산출되는 재정수지 통계가 현실과 크게 엇나가는 데도 실무과장부터 경제부총리까지 다단계에 걸쳐 아무런 의심 없이 결재하고 정책에 활용한 과오()와 무책임은 어떤 핑계로도 덮을 수 없다.

가장 오차가 컸던 수치는 정부 인건비로 10조7000억 원이 프로그램에 27조3000억 원으로 입력됐다고 한다. 민간기업이 인건비에 대해 이토록 둔감했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노무현 정부 4년 6개월 동안 공무원이 5만7534명이나 늘었다. 정부가 이렇게 방만하게 비대화하는데 대해 노 대통령은 일 잘하는 정부면 되지, 큰 정부가 무슨 문제인가라며 여론과 세계적 추세를 무시해 왔다. 일 잘하는 정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현 정부가 통계 관리 및 활용에서 드러낸 잘못만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상위 1.3%의 부유층이 전국 토지의 65%를 소유하고 있다는 등 엉터리 통계를 앞세워 무리하고 반()시장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고, 가구분화() 추세를 무시하고 주택보급률을 잘못 해석해 현실과 엇나가는 규제를 덧입히기도 했다.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통계를 근거로 정책효과를 부풀려 발표했다가 들통 나기도 했다.

세수()에 있어서도 올해 세금이 예상보다 11조 원 더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면 국민 부담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살림을 대충대충 하는 정부 때문에 힘겨운 건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