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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 철옹성 쌓는 미의 비극

Posted September. 11, 200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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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일이지만 미국이 직면한 현실이다.

미국 국무부의 한 관계자가 최근 이라크 바그다드에 건설 중인 새 미국대사관 건물에 대한 언론들의 비판에 대해 내놓은 비공식 논평이다. 그가 말한 슬픈 일이란 미국이 세계 곳곳에 요새처럼 높고 두꺼운 성벽을 쌓아야 하는 현실을 뜻한다.

911테러 6주년(11일)을 맞아 워싱턴에선 2건의 건설 공사가 화제다.

역사 이래 최대 규모의 해외 공관인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과 철옹성처럼 리노베이션 되고 있는 국방부 청사(펜타곤) 공사다. 모두 테러와의 전쟁 복판에 놓여 있는 미국의 현실을 새삼 일깨워 준다.

성() 속의 성 바그다드 대사관=바그다드 시내 티그리스 강 서쪽에는 철저한 보안 속에 미국대사관 신축 공사가 마무리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강변공원이었던 땅을 양도받아 짓고 있는 새 대사관의 용지는 무려 42만 m(104에이커)로 뉴욕 유엔대표부의 6배, 중국 베이징()에 건설 중인 새 미국대사관의 10배다. 또한 바티칸 전체와 비슷한 면적이다.

최소한 2.7m 높이의 벽으로 둘러싸인 단지 내에는 21개의 건물이 들어선다. 발전소, 상하수도 처리시설, 수영장, 영화관, 쇼핑시설, 사교클럽 등.

메릴랜드대 제인 로어플러(건축사학) 교수는 포린폴리시 9, 10월호 기고문에서 해외 공관은 그 지역사회와 교류하면서 미국의 선의와 민주주의 가치를 선양하는 곳이어야 한다며 하지만 새 대사관 건설의 콘셉트는 전초기지 구축이라고 지적했다.

로어플러 교수는 이어 미 행정부는 이라크 민주주의의 장래에 대해 자신감을 표명하지만 장기간 대규모 폭력이 지속될 것에 대비해 만들어진 새 대사관은 이라크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자신감도 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요새화하는 국방부=포토맥 강 근교에 있는 국방부 단지 내엔 911테러 당시 숨진 184명을 추모하는 기념관이 내년에 완공된다. 하지만 기념관 보다 더 큰 변화는 국방부 전체의 개념이 사무실에서 일종의 요새로 바뀐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9일 보도했다.

건물 외벽 유리창은 대규모 폭발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창으로 바뀌었으며 내부엔 첨단 경보시스템이 설치됐다. 1000명 규모의 경비 경찰대는 어떤 종류의 화학, 생물학, 방사능 공격도 막아낼 수 있는 보안 능력을 갖췄다. 대부분 방문객은 외곽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몇 겹의 방호벽 위로 구름다리처럼 지어진 인도를 10분 이상 걸어야 건물에 닿을 수 있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