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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2분도 안돼 82만5000달러 낙찰

Posted September. 20, 200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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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5시경 미국 뉴욕 맨해튼 크리스티 경매장. 소더비와 함께 세계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이곳에서는 한국 미술품의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경매번호 435번, 조선시대 16세기 족자 작품입니다. 문인 정사용의 글씨가 새겨진 작품으로 시작 가격은 48만 달러(약 4억5000만 원)입니다.

크리스티 최고 경매 진행자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버지 씨가 경매를 시작하자 여기저기에서 입찰하는 손짓이 보였다.

그러나 경매장 안은 조용했다. 오히려 전화를 받고 있는 크리스티 직원들이 바빴다. 전화기를 붙든 이들은 전 세계에서 전해지는 고객들의 입찰가를 경매 진행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렸다.

50만 달러, 55만 달러, 60만 달러.

버지 씨가 리듬감이 느껴지는 영국식 영어 악센트로 입찰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경매장 안은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자, 80만 달러 나왔습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더 없나요?

전화를 받고 있던 크리스티 직원이 다시 손을 들었다. 해외에서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입찰가를 더 높인 것이었다.

82만5000달러(약 7억8000만 원) 나왔습니다. 더 없나요? 네, 낙찰됐습니다.

경매가 워낙 속도감 있게 진행되다 보니 이 작품 경매에 걸린 시간은 채 2분이 안 됐다. 장원 급제한 선비들의 모임을 족자로 만든 계회도란 작품이 8억 원에 가까운 가격에 팔리자 경매장에선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경매에선 현대작가 이우환 화백의 1980년 작 선으로부터가 36만1000달러에 팔렸다. 이 화백의 1987년 작 바람과 함께는 55만 달러까지 입찰가가 나왔으나 작품 소유주가 최저 가격을 60만 달러로 제시해 결국 유찰됐다.

이날 한국미술품은 모두 57점이 나왔다. 경매가 총액은 약 200만 달러. 수십만 달러짜리 작품도 있지만 1000달러 안팎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작품도 있었다.

크리스티의 한국미술전문가인 김혜경 씨는 요즘 뉴욕 미술시장에서 한국 고미술품뿐만 아니라 현대회화 작품도 부쩍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경매는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개되기 때문에 미리 크리스티에 계좌를 만들면 한국에서도 직접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공종식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