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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딸들 정치는 내 운명

Posted October. 10, 200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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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를 17년간이나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의 장녀가 8일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피노체트 전 대통령의 장녀 루시아 피노체트 씨는 이날 2009년 총선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출마하겠다며 의회에 입성해 우리 가족에게 쏠린 모든 의혹과 비난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루시아 씨의 출마 선언은 그가 지난주 가족과 함께 수백만 달러의 공금 횡령 혐의로 전격 체포됐다 하루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뒤 나왔다. 칠레 당국은 피노체트 전 대통령이 집권 기간 중 모두 25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호사스러운 삶을 누리다 정권 몰락 이후 부친의 정치적 자산을 활용해 정계에 뛰어든 독재자의 딸이 칠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손가락질에 시달리다 나름대로 명예회복을 주장하고 나선 이들의 정계 진출은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다음 달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재판을 앞둔 페루에서는 그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 의원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60만 표라는 전국 최다 득표 기록을 세우며 의원에 당선된 그는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도 바라보고 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0년간의 재직 당시 두 차례의 납치와 학살, 공금 유용, 야당 의원 매수 등의 불법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7년 전 해외로 도주했으나 지난달 칠레로 강제 송환돼 수도 리마의 수용소에 수감된 상태다.

게이코 의원은 그런 아버지가 테러에 맞서 싸우며 평화를 가져온 지도자라고 강변한다. 지난달 23일 아버지가 강제 송환될 때는 지지자 700여 명을 이끌고 공항에 나갔다.

경제난이 계속되는 페루에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는 게이코 의원의 가장 큰 정치적 디딤돌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복귀를 원한다는 답변이 23%나 나왔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지난달 다음 대선에 내가 못 나가더라도 또 하나의 후지모리(게이코 의원)가 나갈 것이라며 딸의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딸 이미 마르코스 씨는 이미 3선 의원을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그는 7월 아버지가 남겨둔 재산 100억 달러를 돌려 달라는 소송을 내 구설수에 올랐다. 필리핀 정부는 아직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거액의 자금 환수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지금은 침묵하고 있지만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맏딸도 정치를 하겠다는 야심을 밝힌 바 있다. 라가드 사담 후세인 씨는 지난해 아버지가 사형되기 전 아랍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이라크 사람이 나를 아버지의 후계자로 여기고 의지한다며 정치는 내 삶이자 미래라고 말했다.

물론 이들과는 반대로 아버지를 부정하는 딸도 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딸인 알리나 페르난데스 씨는 스페인 관광객으로 위장해 미국으로 망명한 뒤 각종 연설회와 출판물을 통해 부친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왔다.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