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최고 지도자인 농득마인 공산당 서기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초청으로 16일 2박 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북한 방문은 1957년 호찌민 서기장의 방북 이래 50년 만이다.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는 한때는 피를 나눈 전우였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소원한 사이로 비유할 수 있다. 이번 정상 간 만남을 계기로 양국 간 우호관계가 복원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북한이 사회주의 정치체제와 시장경제를 적절히 조화시킨 베트남의 개혁 정책을 모델로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트남은 1986년 개혁 개방(도이모이) 정책을 선포한 뒤 과감한 개혁 개방 조치들을 성공적으로 단행해 이제는 연평균 78%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으로는 큰 불안정을 겪지 않고 공산당 1당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파탄이 난 경제를 복구하면서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김 위원장으로선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베트남 식으로 개혁 개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지금 단계에선 김 위원장이 과거 베트남의 대미() 관계 정상화 경험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지 관심사다.
베트남은 베트남전쟁 종전 불과 20년 만인 1995년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이루고 지난해엔 항구적 정상무역관계를 수립했다. 연내 테러지원국 해제와 내년 북-미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귀중한 사례를 베트남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북한과 베트남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항일 게릴라 지도자가 나라를 세웠고 미국과 전쟁을 치렀으며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고 있다. 베트남전쟁 때 북한은 공군과 수송부대를 파병했다. 당시 북한에서 유학했던 수많은 청년들이 현재 베트남의 요직에 포진하고 있다.
하지만 1978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 이후 관계가 악화됐다. 북한은 노로돔 시아누크 캄보디아 국왕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후 양국은 여러 차례 교류 재개와 중단을 거듭했고 최근엔 실질적 교류가 거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