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7일 탈당 후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로 하면서 대선 지지율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20%를 조금 넘어서고 있다. 3일 본보•코리아리서치센터(KRC)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41.5%)에 이어 20.3%였고, 5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이 후보(38.5%)에 이어 20.8%였다.
이 전 총재 박근혜 지지율 70% 안팎 흡수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한나라당 경선 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평균 25%)을 70%가량 흡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총재가 보수층에 비슷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던 박 전 대표의 표심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경선 이전에 지지 후보가 없던 무응답층의 10% 안팎도 최근 이 전 총재를 지지한다는 게 이들 기관의 분석이다.
3일 본보KRC의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 불출마 시 후보별 선호도는 이 후보 54.6%,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 16.2%, 모름무응답 15.5%였다. 하지만 이 전 총재가 출마하면 이 후보 선호도는 41.5%, 정 후보 14.8%, 모름무응답 10.8%로 달라졌다. 이 전 총재의 선호도(20.3%)가 대부분 이 후보(13.1%포인트)와 모름무응답층(4.7%포인트)에서 온 것이다.
5일 중앙일보 조사에서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이 후보의 지지율은 49.9%에서 38.5%로 11.4%포인트 줄고, 같은 날 실시된 내일신문 조사에서도 48.9%에서 38.5%로 10.4%포인트 빠진다. 내일신문 조사에서는 이명박이회창 이동층의 70.3%가 박 전 대표 지지 성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의 이번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자의 82%는 이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 전 총재가 출마하면 25%가 이 전 총재를, 60%가 이 후보를 지지했다.
경선 전 박 전 대표 지지율(약 25%)의 70%가량이 이 후보 쪽으로, 나머지 30%가량은 무응답층으로 간 것으로 분석됐으나 이 전 총재가 출마하려 하자 이 후보 쪽으로 갔던 지지율의 상당 부분이 이 전 총재 쪽으로 옮겨갔다. 무응답층으로 갔던 박 전 대표의 나머지 지지율 30%도 다시 이 전 총재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박근혜와의 연대 없이는 30% 벽 못 넘을 것
이들 조사 결과는 이 전 총재가 한나라당 당원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그가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도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KRC 김정혜 상무는 한나라당 소속인 이 전 총재가 무소속 출마할 경우에도 현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 단언하기 어렵다며 박 전 대표와의 연대 없이 이 전 총재가 지지율 30%의 벽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표와의 연대 여부, BBK 주가조작 사건의 당사자인 김경준 씨의 귀국과 추가 수사 결과 등은 대선 후보 지지율 향방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박 전 대표 측은 연대 불가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재오 최고위원과의 마찰 등으로 당내 갈등이 심화될 경우 박 전 대표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이 이 전 총재 쪽으로 추가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