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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특검 조사 두 번째 사례되나

Posted November. 23, 2007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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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2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삼성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된 데 대해 구체적 반응을 미룬 채 침묵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곤혹스런 분위기 속에 내부적으로 특검법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법안소위에서 청와대가 요구한 수사대상 재검토는 물론, 공직비리수사처(공수처)법 연내 처리 요청이 아예 무시됐다는 점에서 청와대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김정섭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23일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에 청와대 입장을 정리해 내놓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논의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정치권의 삼성 비자금 특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밝혀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삼성비자금 특검법과 공수처법이 국회에서 함께 처리되지 않을 경우 특검법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천 대변인은 당시 특검을 둘러싼 소모적이고 정략적인 정치 논쟁을 줄이기 위한 근본 해결책은 공수처법을 만드는 것이라며 공수처법은 공직의 부패와 권력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제도로 이번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수처법은 정당 간 의견이 달라 2004년 11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 지금까지도 처리되지 않고 있다.

대선을 30여 일 남기고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상태다.

문제는 이런 점을 청와대가 모를 리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특검을 막아야 할 만큼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특검이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것처럼 2002년 대선자금과 당선축하금 문제를 다룰 경우, 곧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수사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2003년 초 김대중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대북송금 특검을 받은 것처럼 노 대통령도 퇴임 이후 삼성비자금 특검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22일 통과한 삼성특검법의 수사대상 가운데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 등 사회 각계층에 포괄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의혹은 내용상 노 대통령 측의 대선자금과 이른바 당선축하금 의혹도 포함하게 된다.

더욱이 법안은 노 대통령 대선자금을 명시하는 데 대한 대통합민주신당의 반발을 고려해 수사대상에는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하나라당의 강한 요구에 따라 제안 이유에 이를 적시해놓았다.

청와대는 당선 축하금 자체가 한나라당측의 터무니없는 모략이라는 입장인데다 특검법의 포괄적인 수사대상 규정이 검찰권을 비롯한 사법질서를 흔드는 것이라고 반발해온 연장선상에서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용철 전 대통령 법무비서관의 삼성 비자금 폭로를 계기로 세간의 시선이 청와대로도 옮겨지고 있는 와중에 무턱대고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더 큰 의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청와대의 고민이다.



이진구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