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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간 데 없고

Posted November. 23, 2007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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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준 씨를 둘러싼 BBK 공방이 의혹의 본질인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주가조작 개입 여부는 뒷전으로 밀린 채 본말이 전도된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온데간데없는 이 후보의 주가조작 개입 여부=김 씨와 누나인 에리카 김, 아내 이보라 씨는 그동안 각종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많이 했지만 정작 이 후보가 주가조작에 개입했고 근거가 이거다라는 구체적인 주장은 하지 않았다. 단지 BBK가 이 후보의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이 입증되면 이 후보가 주가조작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다.

현재 김 씨 측이 결정적인 입증 자료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면계약서가 전부다. 이면계약서 자체의 진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 그나마 이 계약서가 사실이라고 해도 이 후보의 주가조작 개입 여부에 대해선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는 후문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은 22일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 실무진조차 주가조작 개입이라는 본질과 상관없는 계약서들을 왜 제출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에리카 김 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면계약서 3개를 정리해 보면 이명박 씨가 이번 일에 관계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고만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에 어떻게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면계약서와 곁가지 진실게임=양측 공방만을 보면 이면계약서 4개의 존재와 그 진위를 밝히는 것이 BBK 사건의 결론이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이보라 씨는 21일 영문 계약서 3개와 국문 계약서 1개 등 모두 4개의 이면계약서가 있다면서도 원본 공개는 거부했다.

클린정치위원회 소속 고승덕 변호사는 22일 기자회견에서 3개의 계약서는 이면계약서가 아닌 정상적인 계약서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이 계약서에는 이 후보가 BBK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은 단 한 자도 없으며, 이 후보와 BBK를 연관짓는다는 국문 계약서는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가 김 씨를 처음 만난 시점에 대한 양측의 진실 공방도 BBK 공방의 한 축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이 후보 측은 2000년 1월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업무상 거래를 시작했다고 한 반면, 에리카 김 씨는 BBK가 설립되기 전인 1999년 초 두 사람이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날 보수 인사인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가 2001년 이 후보에게서 BBK 대표이사라고 적힌 이 후보의 명함을 직접 받았다는 사실을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이 전 대사는 이 후보가 명함에 직접 주소까지 적어줬다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은 이 명함에 적힌 글씨체가 이 후보의 것이 아니라며 위조된 명함이라고 반박했다.



박민혁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