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싸늘한 눈가에 고이는. 나의 빈 잔에 채워 주.
두툼한 손으로 잡은 마이크가 유달리 어울려 보였다. 남도 특유의 걸쭉한 사투리 어조가 배어 있는 가사는 구성지게 들렸다.
애창곡인 남진의 빈 잔을 부르는 탱크 최경주(37나이키골프)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지난 주말 최경주 재단 출범식이 끝난 뒤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에서 지인들이 마련한 축하연 자리에서였다.
최경주에게 당신의 빈 잔은 언제나 채워지는 것이냐고 물었다.
빈 잔은 비어 있어야 합니다. 늘 또 다른 무언가를 향해 비우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용수철 얘기를 꺼냈다. 용수철은 늘어났다가 항상 제자리로 돌아와야 존재의 의미가 있습니다. 저 역시 언제나 그런 자세를 가지려고 합니다.
최경주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승을 올리며 상금 5위(458만7589달러)를 차지하는 등 1999년 미국 진출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레슨 서적 출간, 드라마 제작 등의 요청도 쏟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최경주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자서전 초본이 나왔는데 내년 상반기에는 책이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투어를 개척하고 있는 외로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직은 맨땅에 잡초 하나 나온 거나 마찬가지예요. 한국 후배들이 많이 와서 대회 때 우리말로 수다도 떨었으면 합니다.
메이저 대회 우승이 목표인 최경주는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GC를 자신과 궁합이 맞는 코스로 꼽았다.
마스터스 우승자는 챔피언 자격으로 저녁 메뉴를 고를 수 있는데 제가 우승하면 된장찌개와 불고기 백반으로 할 겁니다. 청국장으로 할까 했는데 냄새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식사 자리에 입장조차 안 할까 봐서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