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인구경제학

Posted December. 11, 2007 03:09,   

ENGLISH

인구경제학은 인구변천 과정과 인구변동의 결정 요인, 인구증가와 경제발전의 상호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다. 인구경제학엔 이런 역설이 있다. 부()와 출산율은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나라는 부모가 더 많은 자녀를 부양할 수 있음에도 자녀를 적게 갖는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결과로 평균수명 연장, 영아 사망률 감소, 문맹률 저하, 경제적 독립, 도시화가 촉진되면서 인구모형에 변화가 일어나 이런 역설이 성립하게 된다고 한다.

1만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농업과 함께 비로소 문명이 탄생했다. 농업의 발달로 토지의 인구부양 능력이 급격히 커져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어나고 계급과 정치 조직, 분업 바퀴 문자 화폐와 같은 문명이 생겨난 것이다. 이를 보고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해 인구증가를 억제하지 못하면 인류는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농업기술의 발달로 이 예언은 빗나가 인류역사상 가장 부정확했던 예언 중의 하나가 됐다.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인구학회의 올해 학술대회를 보면 인구경제학의 관심사도 매우 다양해졌음을 알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부모 소득이 낮을수록 자녀의 발길이 뜸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부모 소득이 1% 높아지면 부모와 자녀가 1주일에 한 번 이상 대면 접촉할 가능성이 2.07배나 높다. 효()를 강조하는 유교문화 국가에서 어쩌다가 부모의 부와 자녀의 방문 횟수가 이렇게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게 됐는지 세태 변화가 놀랍다.

한국인은 가족과의 관계가 도구적이어서 돈 빌릴 때는 가족을 찾지만 정서적 도움은 친구에게서 구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가구당 가족 수가 계속 줄어드는데 최근 아파트 공급은 중대형 위주로 이루어져 미분양 현상이 구조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주택시장 예측도 이제는 인구경제학을 떼놓고는 말할 수 없게 됐다.

허 승 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