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일중소기업 후계자 어디 없소

Posted January. 01, 2008 03:24,   

ENGLISH

일본 나라() 현 고조(조) 시의 한 작은 산골마을에 있는 사이코지()에서는 오전 6시와 낮 12시, 일몰시간 등 하루 3차례 주민들에게 시간을 알려 주는 은은한 종소리가 울린다.

종을 치는 이는 스님이 아니라 타이머에 맞춰 작동하는 기계장치다. 절을 운영할 주지 스님을 구하지 못한 주민들이 궁여지책으로 짜낸 아이디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전역의 사찰 1600여 곳이 대당 가격 60만100만 엔짜리 자동타종장치를 설치해 놓고 있다.

저()출산율 고령화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후계자를 구하지 못해 몸살을 앓는 곳은 사찰뿐만이 아니다. 특수 직종과 전통예술 분야도 대부분 비슷한 실정이다.

항해가 어려운 해역에서 배를 안전하게 안내하는 수로안내인은 1996년 759명에서 2006년 651명으로 줄었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63세. 50세 이하는 단 1명도 없다. 이런 추세로는 제도 유지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한 국토교통성은 지난해 수험자격을 대폭 완화했다.

1910년부터 오사카() 부 히라카타() 시에서 기쿠인형(국화꽃과 잎을 세공해 만든 인형) 전시회를 개최해 온 교한전철은 2005년을 끝으로 행사를 중단했다. 기쿠인형을 만드는 직인()의 고령화와 후계자난이 그 이유였다.

중소 자영업체가 후계자난으로 폐업하는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1960년대 800여 개에 이르던 아이치() 현의 대중목욕탕은 최근 190개로 줄었고, 도쿄()에서도 매년 50곳가량이 문을 닫고 있다.

한 연구소는 중소기업의 80%가량이 후계자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현실을 사업 아이디어화한 투자기업(펀드)도 등장했다.

도쿄에 있는 J-STAR는 후계자가 없어 사업을 계승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전문경영인을 파견하는 사업을 이달부터 시작했다. 이를 위해 J-STAR가 조성한 자금은 120억 엔에 이른다.

일본에서는 아들이 없으면 양자나 데릴사위를 들여서라도 가업을 대대로 계승하는 전통이 강하지만 최근에는 사업은 골치 아파서 싫다는 젊은 세대가 많다.



천광암 iam@donga.com